[인터뷰]무라야마前총리 "日정부, 위안부문제 적극나서라 "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3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76) 일본 전총리가 최근 제2차세계대전 당시 종군위안부 피해여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 이사장에 취임했다. 일조(북일)국교촉진국민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 무라야마 이사장은 94년 총리 취임후 일본의 전후처리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었던 인물이다.

올 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계를 떠난 뒤 요즘 더 바쁘게 지내고 있는 그를 4일 도쿄 시내 아시아여성기금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종군위안부 문제 등은 누가 봐도 엄연한 사실이며 (일본인은) 과거를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며 "필요하면 기금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의견을 제시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에 취임한 것을 축하합니다. 이 기금은 무라야마 이사장이 총리 재임중이던 95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전후처리와 관련해 여러 과제가 있었지만 우선 기금을 만들어 더 늦기 전에 종군위안부 피해자에게 일본 국민의 사과의 뜻을 전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또 위로금과 함께 총리 사과서한을 보내고 일본 정부도 피해국 의료복지 사업비를 지원하도록 했지요. 설립후 5년간 반대도 많았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봅니다."

-종군위안부 피해여성에 대한 위로금 지급현황과 기금확충방안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한국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의 170명에 위로금을, 네덜란드의 77명에게 생활지원금을 지급했으며 필리핀에서 추가로 160명이 지급신청을 해온 상태입니다. 문제는 기금인데 지금까지 총 4억4800만엔을 모금해 3억4000만엔을 지급했고 1억800만엔이 남아 있습니다. 신규 신청자에게 지급하려면 앞으로 2억엔정도가 더 필요하지요. 20세기 문제를 매듭짓자는 차원에서 국민 이해를 얻어가며 모금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기금은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이 아니라 민간차원의 위로금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기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만.

"기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금이 앞에 나서고 일본 정부는 뒤에 숨어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도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정부가 적극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총리 시절 전후보상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 이사장 취임 때도 정부가 전후처리에 성실한 자세를 보이도록 요구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한국 종군위안부 피해자 등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12월에는 도쿄에서 민간단체 주최로 여성국제전범법정이 열리는 등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제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집단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일본은 법적 근거를 만들어 보상을 해야 합니다. 다만 법률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도의적 사과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성국제전범법정을 추진하는 이들은 기금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초대받지 못했지만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습니다."

-최근 일본 역사교과서 내용이 우익화한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엄연한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됩니다. 과거역사에 대해 눈을 감지 말고 직시해야 하지요. 필요하면 기금 이사회를 거쳐 역사왜곡을 시정하도록 요구할 생각입니다. 우익화경향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일본 전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일본 국민의 양식을 믿습니다."

-북일국교정상화 협상에서 종군위안부 문제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현재의 종군위안부 문제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완결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갈등이지만 북한과는 이제부터 국가차원의 배상논의를 시작하는 만큼 걸림돌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일조국교촉진국민협회 회장도 맡고 계신데 북일 국교수립 전망에 대해 한말씀 해주십시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원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북일국교정상화가 안되면 일본의 전후처리문제도 그만큼 늦어진다는 것을 널리 알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일국교수립이 앞당겨지고 북일관계가 개선되면 남북관계도 진전되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하지요. "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