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연홍/北 개성공단 전력공급은 무리

  • 입력 2000년 9월 20일 19시 21분


한국의 남아도는 에너지를 북한 개성공단에 공급할 것이라는 정부의 계획은 에너지 문제를 전공하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어디에 남아도는 에너지가 있단 말인가? 에너지 빈국(貧國)인 한국의 경제는 지금 원유가 폭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에너지 공급은 김정일국방위원장이 김대중대통령에게 부탁했다고 해서 반드시 들어줄 사항이 아니다. 그 간단한 이유는 한국의 에너지 자원이 지극히 빈곤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에 의지해 에너지 공급의 절반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원자로 16기가 모자라 가까운 미래에 14기를 더 만들려고 한다. 원자력 발전만이 아니라 화력발전소도 더 짓겠다는 계획은 어찌됐단 말인가?

북한을 돕는 일에 반대할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 우리의 사정은 어렵다. IMF 위기 상황에 공적자금이 100조원 이상 들어갔다. 정부가 지불보증을 한 것이다. 그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기업이 갚을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결국 정부가 갚아야 할 돈이다. 정부의 돈이란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할 돈이다. 60조∼70조원의 돈을 아무 죄 없는 국민이 갚아야 하니 어찌 불만이 없을 수 있겠는가. 아직도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이 더 들어가야 한다는데 이 끝없는 수렁을 언제 빠져 나온단 말인가. 대우자동차 인수도 원만치 않고 결국 다시 국민부담만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국민의 조세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북한에 전력을 공급한다면 정부는 그 전제조건으로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제공을 북한에 요청해야 한다. 북한은 이제 더이상 석탄이 나오지 않는 그 유명한 아오지탄광을 핵폐기물 처분장으로 제공해야 한다. 한국의 전력을 공짜로 얻어갈 수는 없다. 대만의 핵폐기물을 받아들이려고 했던 북한은 당연히 한국의 핵폐기물을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1990년대 경제위기 때도 한국은 동포애로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왔다. 북한은 무엇인가 한국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송이버섯만으로는 안된다. 한국에 없는 쌀과 비료를 외국에서 사와서 북한에 보내려는 우리의 심정을 그들은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는가?

한국은 지금이라도 분수를 알아야 한다. 도와줄 수 있는 것과 도와줄 수 없는 것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봐도 에너지 빈국인 나라가 북한의 개성공단에 에너지를 선뜻 공급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말 필요하다면 경기 문산에서 송전선을 연결할 것이 아니라 개성에 들어가서 소규모 원자력발전소를 만들어 주던가, 화력발전소를 만들어 주던가, 태양열이나 바다 파도 또는 바람을 이용한 발전소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을 북한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현대가 금강산 사업으로 주는 막대한 돈을 북한은 개성의 경수로발전소를 짓는데 쓰면 좋을 것이다. 제발 정부와 한전이 분수를 알기 바란다.

최연홍(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