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홍윤선/'네티켓'을 지키자

  • 입력 2000년 9월 20일 19시 21분


처음부터 인터넷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을 하나의 도구가 아닌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우연한 기회에 시작되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컴퓨터와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에는 취미생활로 시작한 통신 동호회를 통해서 사이버 공간이라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눈을 떴고, 그것이 인연이 돼 99년 6월 네띠앙의 전문 경영인으로 오게 되었다. 내가 처음 네띠앙호(號)를 탔을 때만 해도 70만명이던 회원이 불과 1년 사이에 380만명을 훌쩍 넘어 버렸다.

때 맞춰 닷컴 열풍이 불면서 인터넷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했고, 비즈니스와 수익모델이라는 말이 인터넷에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기업을 경영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본업인 CEO로서 인터넷의 경제 메커니즘에 대해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본질은 경제 또는 단순한 흥미거리가 아닌 문화라고 믿는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고집하기 이전에 사이버 문화를 바로 세워야 한다. 물론, 규범과 규율을 통해 강제적이고 인위적으로 세워지는 문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모든 네티즌의 마음속에 심어놓고 공유하는 나눔의 문화인 것이다.

인터넷은 의사소통을 위한 채널이자 천문학적 분량의 정보가 유통되는 곳이며, 정치 사회 문화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사람들만 갖고 다녔던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필수품이 되어버린 것처럼, 인터넷 사용 역시 이제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필수품목이 된 것이다.

이 땅에 인류가 시작된 이래 문화가 있어 왔듯이 사람이 살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도 이제는 바람직한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때이다. 그런데 지금의 문화는 어떠한가? 인터넷 산업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남에 대한 욕설이나 비방, 심하게는 집단 사이버 린치, 불법 정보가 사이버 공간에 범람하는 것을 자주 보아왔다.

사이버 공간은 자신의 존재를 감출 수 있는 익명성과 상대방을 직접 보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비대면성(非對面性)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현실 공간의 모럴 해저드까지 가세하면서 인터넷 문화는 왜곡되기 시작했다. 현실 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인격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고가 인터넷으로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신을 절제하는 마음이 어우러져 나오는 나눔의 문화가 결여된 결과이다.

아직까지 온라인 세상은 체계있는 질서가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이다. 최근 네티즌 윤리나 네티켓 교육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사이버 공간에서 어떠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네티켓 개념을 잡아주는 것이다.

자동차가 별로 없었던 시절에는 교통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자동차가 1000만대가 넘는 시대를 사는 지금은 유치원에서부터 교통예절을 가르치고 있는 이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의 비윤리적 행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이즈음 네티켓 교육이 강조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네티켓을 확립하는 것이야 말로 사이버 공간에서 건전한 나눔의 문화를 배가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환경 아동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나눔을 실천할 수가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보다 쉽게 장기를 기증할 수도 있고, 정보 소외 지역에 컴퓨터를 보급할 수도 있다. 재미교포 청년 대니 서와 같은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와 함께 환경운동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에는 비즈니스와 무관해 보이지만 이런 활동들을 통해 하나 하나 축적돼 가는 올바른 인터넷 문화는 국경과 인종, 이념을 뛰어 넘는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것보다도 선행돼야 할 일이다.

홍윤선(네띠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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