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명광고]‘人骨에 색칠까지’ 파격적 발상

  • 입력 2000년 9월 19일 18시 08분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광고인들은 늘 아이디어에 치어서 산다.

아이디어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를 살아 숨쉬게 만드는 표현감각이다. 같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큰 차이가 난다.

일본의 사이토 마코토라는 광고인이 만든 불단점(佛壇店) 광고를 보자.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해서 절에 모시고 제를 올리며 혼을 달래는데 불단점은 그러한 제사에 쓰이는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뜻한다.

마코토는 여자의 골반뼈를 등장시켰다. 모형이 아니라 진짜 사람의 뼈다. 인골을 드러낸 것도 충격이지만 그 뼈를 파란색으로 칠한 점은 더더욱 심상치 않다. 마코토는 청색이 ’뼈의 정신성’에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뼈에서 정신을 찾다니! 뼈의 정신성은 무엇일까? 뼈는 인간의 형체를 유지해주는 기본 골격이다. 생명체를 지탱한다는 의미도 있다. 더구나 골반뼈는 잉태된 새 생명을 보호하고 세상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여자의 골반뼈 형태가 아니면 아기를 가질 수 없는 구조, 창조주가 만든 그 구조물의 디자인 자체가 완벽한 예술이다. 그러한 의미를 마코토는 이성적이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주는 청색에 담았다.광고문구도 출생을 뜻하는 ‘生’자를 활용했다. 좌측 반이 잘려 나가 우측 반만 보이는 눕혀진 生자는 죽음을 상징하는 뼈에서 새 생명을 예감케 하는 기호로 등장한다. 그 아래 가늘게 처리된 문구는 ‘우리는 미래의 선조입니다’. 골반뼈 하나에서 미래를 보는 윤회의 철학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 광고는 심플하지만 강렬하다. 의미를 함축시킬 경우 사물 하나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뼈는 뼈일 뿐이다. 그러나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개가 물고 다니는 뼈다귀가 될 수도 있고 삶과 죽음을 응축시킨 철학적 표현물이 될 수도 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새로운 의미로 보여질 수 있게 하는 감각이 존재할 뿐이다.

김 홍 탁(광고평론가·제일기획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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