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의선 축제'와 증시몰락

  • 입력 2000년 9월 18일 19시 33분


경의선 철도복원 기공식이 화려하게 열리고 있던 18일 오전, 국가의 다른 한쪽인 증권시장에서는 주가 대폭락에 따른 투자가들의 한숨소리가 객장에 가득했다. 570선으로 밀려난 거래소시장도 그렇지만 제동장치가 없는 코스닥시장은 심리적 저지선이라던 90선마저 맥없이 내주면서 제2의 외환위기를 연상케 했다.

주가폭락은 물론 국제유가 상승과 포드사의 대우차인수포기 등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우리는 작금의 현상이 좀더 근본적인 원인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이 단순히 기업의 경영실적에 의해 좌우되기보다 사회전체의 분위기와 민심의 향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합성적표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경제문제와 남북관계 민생현안 등이 산적했는데 국회는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준비도 안된 채 윽박지르기식으로 추진된 의약분업은 사회를 온통 불안속으로 몰아넣었으며, 한빛은행 신용보증기금 부당대출사건 수사결과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워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같은 정치 사회적 악재들이 상존하고 있는 터에 국제유가상승 등 외부 충격까지 겹쳤으니 주가폭락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국민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면 주식시장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우리경제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추진력을 얻어왔던 점을 감안할 때 그 핵에 해당하는 증시의 추락은 일파만파로 악순환을 몰고온다는 점에서 이번 주가 폭락사태는 적잖게 걱정된다. 당장 외국 자본이 이탈하면서 원화가치가 폭락하고 자금시장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해 불안감을 더해 주고 있지 않은가.

바로 오늘날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학계와 언론이 누차에 걸쳐 지적했지만 정책결정 책임자들의 반응은 한가롭기만 했다. 외환위기를 공식적으로 완전히 극복했다는 정부의 선언이후 경제주체들의 긴장이 눈에 띄게 해이됐던 게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정부는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남북문제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여력이 없으면 대북지원도 불가능하다. 단기적 시장대책보다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증시체력을 키우는 중장기정책이 있어야 하며 그의 근본은 구조조정에 있다. 아울러 정치불안을 해소하지 못해 경제가 잘못된다면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다는 점을 당사자들은 알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