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14일은 '더블위칭데이'…쉬는 것도 좋은 투자

  • 입력 2000년 9월 9일 10시 54분


오는 14일은 선물·옵션만기일이다. 두명의 '마녀(魔女)'가 동시에 춤을 추며 증시를 쑥밭으로 만든다고 해서 흔히들 '더블위칭데이'라고도 한다.

이번 선물·옵션만기일이 지난 3월, 6월 만기일에 비해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현물시장의 매수기반의 취약하기 때문. '팔자'는 많은데 '사자세력'이 자취를 감춰 물량이 많이 나올 경우 주가의 큰 폭 하락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차제에 지수상승을 제한하는 차익잔고를 제대로 청산하면 커다란 부담을 털어내며 '가을 큰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롤오버 얼마나 이뤄질까

현재 매수 차익잔고는 약 6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8일 장에서 약 500억원의 잔고가 청산됐기 때문에 실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잔고는 나머지 5800억원 가량이다.

각 증권사 선물 담당자들에 따라 롤오버 규모에 대한 전망은 다소 다르다.어느 누구도 섣불리 전망을 내놓으려 하지 않을 정도로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현재로는 잔고 5800억원 가운데 현물-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2000억원 정도일 것이라는 시각과 △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시각이 팽팽하다.

어느 경우든 프로그램 매도규모가 1800억∼3800억원에 이르게 된다. 8일의 거래대금이 1조958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약 10%에서 20%의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프로그램 매도는 시장가로 나오기 때문에 주가지수를 밑으로 쭉쭉 끌어내리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프로그램 매도물량을 받아줄 매수세가 충분하다면 작년 9월의 만기일과 같이 주가가 되레 상승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은 당시의 비해 체력이 약해 기대하기 어렵다.

◆대량 롤오버를 위한 전제조건은

선물 및 옵션시장 특성상 변수가 무궁무진하다. 선물 담당자들의 전망도 백인백색(百人百色)이다.

2000억원 가량의 프로그램 매도를 점치는 선물 담당자들은 12월물 거래량이 분명히 활발하지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꾸준히 거래량이 증가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주식 수요기반이 고갈된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4000억원에 이를 경우 증시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따라서 작년 9월 만기일과 같이 12월물이 급등하며 자연스럽게 롤오버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있다.

반면 프로그램 매물이 4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선물시장이 대량 롤오버를 발생시킬 만한 조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12월물로 대량 롤오버가 이뤄지기 위해선 우선 12월물 거래량이 적어도 1만주 이상으로 활발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인 12월물 매수수요가 강력히 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8일 12월물 이뤄진 거래량은 7726계약에 불과했다. 전날인 7일엔 불과 3280계약에 그쳤다.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롤오버가 발생하기에는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또한 12월물과 9월물의 시장스프레드와 이론스프레드간 괴리가 미미한 것도 롤오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어 주목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선물 12월물과 9월물의

스프레드간 괴리도가 플러스 1.2∼1.8은 돼야 롤오버가 대량 발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의 12월물과 9월물의 스프레드간 괴리도는 마이너스 0.1이다. 기술적으로는 프로그램 매물은 많은 반면 롤오버는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만기일에 주가지수선물 12월물이 이상(?) 급등하지 않는 한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그것도 적잖은 폭의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프로그램 매물이 2000억원에 그칠 경우에는 거래대금에 대비한 시장 영향력이 약 10%. 4000억원대에 달하면 시장 영향력은 20%로 커진다.

전문가들은 2000억원 어치의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출회할 경우 장중 약 1000억원, 동시호가에서 나머지 1000억원 어치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과거 경험을 바탕으로한 전망이다.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변수

14일의 주가동향에는 외국인 투자가들도 커다란 변수다.이들이 프로그램 매물을 받아줄 경우 주가지수는 의외로 견조한 움직일 수 있다.그러나 이들마저 매도세 합류할 경우 증시가 받는 타격은 더욱 클 수 있다.

문제는 8일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을 시도함에도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대량 매도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뿐 아니라 매수거래 차익잔고 청산과정에서 주가가 큰 폭을 하락한 SK텔레콤도 약 9만6000여주 팔아치우며 117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이같은 매매행태는 14일에도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추측을 투자자들에 강요하는 대목이다.

◆투자전략

증시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산적한 분위기에서는 "쉬었다 가는 것도 투자"라는 증시격언을 실천해봄 직하다고 권하고 있다. 선물과 옵션 청산 이후 주가지수의 추세를 확인한 후에 참여하는 것이 최고의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중 추세를 확인하더라도 동시호가 상황에서 변수가 돌출할 수 있기 때문에 정 주식을 사고 싶으면 동시호가 때에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주문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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