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제라도 도입해야 하나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50분


한빛은행 거액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여당 의원도 특별검사제라도 도입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여당의원의 말은, 사건 수사의 핵심은 대출과정의 외압의혹을 밝히는 것이고 그같은 정공법을 택해야 민심수습의 가닥을 잡을 수 있는데도 여권과 검찰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물론 검찰도 불법대출 과정에 외부인사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수사했으나 흔적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건은 은행지점장과 중소기업대표의 사기극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오늘 이같은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검찰이 그동안 불거진 각종 외압의혹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지만 검찰의 수사과정을 되짚어 보면 의혹을 규명하기보다는 덮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우선 한빛은행 부행장 부분이다. 구속된 지점장이 부행장으로부터 대출 압력을 느꼈다고 진술했고, 문제가 된 지점에 대한 본점의 감사과정에서도 부행장이 검사실 직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검찰은 한차례 소환으로 그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한때 재소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형사적으로 혐의점이 없다”며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가 여권 실세의 인척이며 현직 장관의 각종 청탁 전화를 받았었다는 사실 등으로 미루어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문제의 현직 장관이 신용보증기금에 대출보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의 태도도 석연찮다. 수배를 받고 있는 보증기금의 전직 지점장이 두차례나 나타나 당시의 통화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고, 일부 신문은 당시 보증기금 이사장이 청와대의 연락을 받고 지점장의 사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도피중인 지점장의 출신대학 동창회가 나서 정치적 해결을 시도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타협’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한 ‘거래’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배중인 보증기금 지점장이 출두해야만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보증기금 이사장에 대한 압력 부분은 보증기금 임원 등 관계자들을 소환하면 금방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것인데도 검찰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거듭 지적하지만 한빛은행 사건과 보증기금 사건은 별개가 아니다. 검찰은 지금부터라도 보증기금 사건에 매달려 외압의혹을 규명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특검제 도입이라는, 검찰로서는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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