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OPEC 석유무기로 지구촌경제 쥐락펴락

  • 입력 2000년 9월 4일 19시 18분


국제 유가가 1일로 사흘째 33달러를 넘어서는 등 최근 ‘고공(高空)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3월 10달러를 밑돌았던 유가가 1년반만에 3배로 훌쩍 뛴 것. 세계 석유 거래량의 60%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공급량을 떡 주무르듯 하면서 고유가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 지금 지구촌은 1970년대 오일쇼크 때처럼 OPEC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올 겨울은 난방유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여 고유가 행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OPEC의 역학 관계와 석유 수급 상황을 알아본다.

▽OPEC의 태동과 석유 무기화〓OPEC는 1961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등이 석유 메이저에 빼앗긴 가격 결정권을 되찾자는 목표 아래 창설됐다.

한때 회원국이 13개국이었으나 지금은 중동 6개국(사우디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 카타르 이란 이라크), 아프리카 3개국(나이지리아 리비아 알제리)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 등 11개국. 65년 제네바에 있던 본부를 빈으로 옮겼다.

OPEC의 위력은 73년 9월 35차 회의 때 유감없이 발휘됐다. 욤키프르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한 서방에 대한 보복으로 유가를 한꺼번에 70% 올리고 가격 인상을 계속했다. 12월 테헤란 회의에서는 유가를 다시 130% 올려 1배럴에 3달러이던 유가가 10달러를 넘어섰다. 79년 2차 오일쇼크 때 유가는 30달러를 돌파했다. 당시 OPEC는 전세계 석유 수입국들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선진국들의 대체에너지 개발과 회원국간 내분(이란―이라크전쟁, 91년 걸프전)으로 OPEC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때 에너지원의 45%를 차지했던 원유의 비중도 96년 35%로 떨어졌다. 세계 총상품수입액중 원유 비중도 같은 기간 13%에서 4%로 급감했다.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도 쿠웨이트가 유가를 낮춘 것을 응징하는 차원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90년대말 아시아 경제 위기는 OPEC로서는 결정타였다. 석유 수요가 줄면서 유가가 1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

▽OPEC의 재등장〓OPEC가 최근 힘을 발휘하는 것은 원유 수급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세계 석유 수요량은 7500만 배럴로 늘었다. 아시아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고 옛 공산권도 경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 특히 개발도상국 석유 수요는 70년대 총수요의 26%에서 최근 40%로 높아졌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내년 세계 석유 수요가 2.4% 늘고 2020년에는 1억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OPEC는 최근 몇 년간 회원국별 쿼터를 고수해 왔다. OPEC는 세계 산유량의 40%를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 러시아 등의 자체 소비를 감안하면 실제 석유시장의 60%를 공급하고 있다.

그만큼 가격 영향력이 크다. 매장량으로 볼 때 OPEC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020년 OPEC의 공급 비중은 75%선으로 추정된다.

석유 매장량의 차이가 OPEC 구성 국가들을 강온파로 양분시키고 있다. 매장량이 적은 알제리 리비아, 인구가 많은 이란과 나이지리아 등은 전통적으로 가격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 반면 매장량이 많은 사우디나 쿠웨이트는 유가 인상이 결국은 대체 에너지 개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사우디는 최근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증산을 미적거리고 있다. 무기 구입과 생산 시설 확충 등으로 외채가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사우디로서는 내심 고유가를 반기고 있는 것.

여기다 이달말 OPEC 정상회담을 주최하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회원국을 돌면서 “OPEC는 다시는 무릎을 꿇지 말아야 한다”며 ‘석유의 정치 무기화’를 주창하고 있다.

OPEC내 강경파의 득세와 개발도상국의 수요 급증으로 앞으로 고유가 시대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시장 구조▼

원유는 주로 런던과 뉴욕, 싱가포르 시장에서 선물 또는 현물로 거래된다.

런던시장에서는 지표가 되는 원유를 북해산 브렌트유, 뉴욕시장에서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로 삼는다. 중동에서는 두바이산 원유가 아시아 시장으로 판매되는 타지역 원유가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OPEC는 6개 회원국과 멕시코산 원유의 평균가격인 ‘바스켓 가격’이라는 독자적인 가격체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브렌트유와 WTI 가격이 다소 높지만 OPEC 바스켓 가격과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OPEC는 바스켓가격이 22∼28달러를 20일 이상 벗어나면 생산량을 50만배럴 감산 또는 증산키로 6월 합의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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