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특별기고]월드컵 '교통안전'부터

  • 입력 2000년 9월 4일 19시 14분


최근 김대중대통령의 집권 전반기에 대한 평가가 여러 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극복에 큰 업적을 남겼고 최근에는 대북정책과 남북이산가족 상봉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교통안전’면에서는 아직도 과거의 어두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통사고율을 보면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가 99년 기준 8.3명으로 국민소득이 2000달러 수준인 루마니아나 페루와 비슷하다. 국민소득은 올해 다시 IMF 체제 이전의 1만달러를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교통안전’은 여전히 과거의 2000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가 5173명으로 지난해보다 15% 늘어났다.

올 2월에는 미시령에서 수련회를 가던 동국대생들이 참사를 당하더니 7월엔 추풍령에서 수학여행을 갔다오던 부일외국어고 학생들이 집단참사를 당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1만명 이상이 속한 가정이 사랑하는 자녀나 부모 등 가족을 잃고 고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1만명이 넘는 현재의 상태는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교통사고 다발 공화국’의 오명을 그대로 가진 채 세계인들의 잔치인 월드컵대회를 치를 수는 없다. 정부는 준법질서를 개선하고 교통안전 선진국을 이룩하는 일이 곧 국민의 의식을 개혁하고 사회와 정치를 발전시키는 기초가 된다는 인식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김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에 정부는 무엇보다도 우리 나라를 ‘안전 선진국’으로 만드는 일에 힘써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그래서 세계인의 축제인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는 반드시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에서 치러져야 하리라 생각한다.

설재훈(교통개발硏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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