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곳곳 '보험死角' 피해자 2重苦

  • 입력 2000년 9월 4일 19시 14분


최근 오토바이와 부딪쳐 전치 6주의 사고를 당한 오모씨(37·경기 고양시 주엽동)는 치료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사고를 낸 오토바이가 책임보험도 들지 않았기 때문. 오씨는 수백만원의 막대한 치료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지난해말 현재 이륜차 등록대수는 190만대를 넘어섰지만 책임보험 가입대수는 60만대로 31%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3.1%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

일반 자동차의 책임보험 가입률이 95%에 가까운 것에 비교하면 오토바이의 보험 가입률은 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보험회사들은 그동안 오토바이의 사고율이 높은데 비해 보험료가 싸다는 이유로 가입을 기피해왔다.

이달부터 법 개정으로 오토바이에 대한 특별보험료를 최고 200% 더 받을 수 있도록 해 보험사의 가입 기피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부담이 커진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과연 보험에 들지 의문인 실정. 하루빨리 오토바이 관리에 대한 전산화가 이뤄져야 보험 미가입이 해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토바이 무보험 외에 자동차 보험 제도의 또 다른 사각지대는 버스 택시 등의 공제조합. 버스 택시 등 사업용 차량의 교통사고 피해는 연간 17만여건에 이른다. 그러나 사업용 자동차들은 대부분 가입 수수료가 보험료의 40%에 불과한 공제조합에 가입해 있어 사고 발생시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간 5000여건의 민사소송 등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보상금이 적거나 퇴원 강요 등 불이익을 받아도 이를 하소연할 곳이 없어 소송을 벌여야 하고, 운전사들도 차량파손과 피해 보상의 절반 이상을 떠안아야 해 노사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사의 신뢰도도 문제.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초부터 6월까지 보험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은 건수는 579건으로 지난해 하반기 425건보다 36.2% 증가했으며 이 중 자동차 보험이 205건으로 가장 많았다는 것. 이는 소비자들이 항의하지 않았다면 정당히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못받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편 교통 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고운전자나 교통법규위반자에 대한 자동차 보험의 할증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달부터 음주, 무면허, 뺑소니, 속도위반, 중앙선침범, 신호위반 등 6개 교통 법규 위반 사범은 앞으로 한 건만 적발돼도 10%의 보험료를 더 내야하는 자동차 보험료 할증 제도가 실시됐다. 대신 법규 준수자는 0.3%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손해보험협회 내남정(乃南正)이사는 “이같은 제도 개선으로 사고 예방에 큰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음주, 무면허, 뺑소니 등 중대한 법규위반은 50% 가까이 더 높은 할증을 하고, 기타 위반은 사안에 따라 20∼40% 할증하는 등 할증폭에 차이를 두어야 사고 예방 효과가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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