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활성화대책,당장 큰 효과는 없을 듯

  • 입력 2000년 9월 1일 19시 02분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벤처기업의 주요 자금조달원인 코스닥 시장의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인 벤처산업이 타격을 받아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책의 골자는 △코스닥시장을 설립취지에 맞게 벤처기업 중심으로 육성하고 △유무상 증자 억제 등을 통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며 △각종 펀드를 통한 투자자금 공급으로 벤처기업의 돈줄을 풀어준다는 것. 주로 시장 하부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 정부의 직접적 개입에 따른 시장기능 왜곡의 소지를 줄였지만 장기성 대책이 대부분이어서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게 중론이다.

▽대책의 핵심은 수급 개선 = 올해초 한때 300에 육박했던 코스닥지수는 최근들어 100대 붕괴를 걱정할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정부는 가장 큰 이유로 수급불균형을 꼽는다. 유상증자 기업공개 등으로 인해 주식물량은 크게 늘어난 반면 수요가 이에 따르지 못한 탓이 크다는 것이다.

99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코스닥시장 공급물량은 10조7천억원으로 시가총액 53조원의 20%에 달해 통상 물량과다로 여겨지는 10%를 훌쩍 넘은 상태. 코스닥법인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매각에 제한을 가하고 유무상증자 요건을 엄격히 한 것은 물량축소 효과를 염두에 둔 조치다.

현재는 최대주주가 등록후 1년이 경과하면 지분전량 매각이 가능하지만 다음달중부터는 등록후 1년경과후 매월 보유지분의 5%씩만 팔도록 해 완전매각에 20개월이 걸리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을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아 주가하락을 초래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의 코스닥시장 진입요건인 자본상태 부채비율 등을 증권거래소 수준으로 강화한 것도 한통프리텔 SBS 등 대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서 벤처기업의 투자재원을 사실상 싹쓸이하는 폐단을 막기 위한 것. 현재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구성비는 일반 대기업 38.5%, 일반 중소기업 22.7%,벤처기업 34.0% 등으로 대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그러나 이 방안에 대해 거래소에 진입하기 어려운 일반기업들의 자본조달 수단을 박탈당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벤처기업 경영여건 개선 = 정부는 올들어 벤처기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자금을 대는 식의 지원을 자제할 움직임을 보였다.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벤처기업 체질을 약화시키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

그러나 이번 조치에서는 550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벤처 M&A에 대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금공급도 병행하기로 했다. 최근 닷컴기업을 중심으로 벤처위기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금 숨통을 터줄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투자자, 시장반응]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대책이 발표됐으나 투자자들과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1일 코스닥 종합지수는 108.94를 기록, 전날보다 0.3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각각 2억2924만주, 1조7663억원으로 손바뀜 도 별로 활발하지 않았다.

투신 등 국내 기관들만 순매수를 했을 뿐,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15억원, 8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사흘간의 하락세가 멈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이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은 이번 대책으로 현재 증시침체의 주 원인인 수급불균형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 대책의 세부내용에 관심있는 증권사 직원들도 많지 않았다.

반면 활성화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이날 시장반응에 대해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 이라고 풀이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장철원 투자전략실 수석연구원은 코스닥 지수선물 상장을 빼고는 특별한 내용이 없다 고 정부대책을 평가절하. 코스닥 주가지수선물도 예정돼 있던 것을 재확인한 데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장 수석연구원은 힘빠진 코스닥을 살리기 위해선 유무상증자 제한, 최대주주 보유지분 매각 제한 등 공급물량을 줄이는 방법 외에 수요진작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연기금을 동원하는 것 외에는 주식수요를 늘릴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

삼성증권 신명호 기업금융팀장은 금융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근본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에서 비중이 미미해진 투신 등 기관투자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이들에게 자금을 맡겨 주식수요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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