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12:7의 의미

  • 입력 2000년 8월 22일 18시 52분


4·13 총선에 쓰인 선거비용을 선거관리위원회가 실사한 결과 19명의 현역의원이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을 정도의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6대 국회 지역구의원 227명의 8.4%에 이르는 숫자다. 선거비용 외의 위법사항으로 검찰에 기소된 여야(與野)의원 12명 등을 합하면 그 대상이 일부 중복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현역 지역구의원 10명 중 1명 이상이 법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고도 새 천년의 새로운 정치를 펼 수 있다는 것인지 어이없을 지경이다.

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있는 현역의원 중 민주당 소속 의원이 12명으로 야당인 한나라당(7명)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것도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집권 여당으로서 깨끗한 정치, 공명선거를 앞장서 외친 것은 그저 말뿐이 아니었던가.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 및 수사의뢰한 정당별 전체 숫자가 민주당 174명, 한나라당 36명, 자민련 29명, 기타 정당 20명, 무소속 21명인 데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당세와 입후보자 수의 차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집권 여당이 가장 법을 무시하고 선거를 치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후보자들은 평균 선거비용제한액의 절반 남짓만 썼다고 신고했다. 당선자들의 신고액도 법정액의 70%선에 머물렀다. 일반 유권자들이 보기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액수로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검찰은 이제라도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부정선거 금권선거의 못된 풍토를 뿌리뽑는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검찰의 4·13총선 당선자 기소현황을 보면 야당 대 여당(자민련 포함)의 비율이 8 대 4로, 한나라당은 ‘야당만 당하는 편파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선관위의 고발건수는 민주당 관련이 한나라당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는데도 기소된 숫자는 오히려 그 반대니 ‘노골적인 여당 봐주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는 기소된 숫자만으로 야당의 주장에 동조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더 이상 이같은 ‘의혹’을 사지 않으려면 검찰이 앞으로 선거사범 처리에 있어서 보다 엄정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부정선거 금권선거 혐의자에 대한 처리는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현역의원의 경우 가능한 한 신속한 재판으로 위법자가 계속 국정을 다루는 일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살고 나라가 산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