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21세기 미국의 정치]'세계지배' 10년이상 지속

  • 입력 2000년 8월 21일 19시 06분


《동아일보사 부설 21세기평화연구소는 19일 ‘한반도와 미국: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어 바람직한 한미관계의 방향과 미국의 국내외 정책 등을 진단했다. 세 분야로 나눠 진행된 포럼의 사회를 맡았던 김학준(金學俊) 인천대총장, 안병준(安秉俊)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 한승주(韓昇洲) 고려대 정외과교수의 포럼 관련 기고를 차례로 싣는다.》

21세기 미국의 국내정치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우리는 21세기에 들어서서 첫번째인 11월의 미 대통령 선거가 어떻게 매듭지어질 것인지를 먼저 따져보게 된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집권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공화당의 구호 사이에 놀라울 정도의 공통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이 ‘다양성’을 내세우면서 미국 사회를 특징짓는 ‘다양한 여러 요소들 사이의 관용’을 강조하는 것과 비슷하게 공화당은 ‘포함’을 앞세우며 미국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끌어안을 것’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이 인종 민족 언어 문화 종교 등에서 다양하면서도 이질적인 요소를 지닌 다원적 사회에 기반을 둔 국가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다양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어, 인종만 놓고 따져 보아도 ‘아시아계와 남미계 사이의 혼혈인종’ ‘아시아계와 백인계 및 흑인계 사이의 혼혈인종’ 등에서 보이듯 새로운 형태의 인종들이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21세기 중반에 가면 비(非)백인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리라는 전망은 미국 사회가 더 이상 백인 중심 사회로 남지 않고 참으로 다양한 비백인 중심 사회로 바뀔 것임을 말해 준다.

이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충돌하지 않고 평화공존하는 가운데 미국 사회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라는 이념적 기반 위에서 통일을 유지하게 하는 일이야말로 지난 세기와 마찬가지로 새 세기에서도 미 국내정치의 일차적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관용’을, 공화당은 ‘포용’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볼 때 21세기 미국의 국내정치는 모든 방면에서 차별성의 극복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얼굴색깔을 둘러싼 차별의 극복, 남녀 성(性)의 차이를 둘러싼 차별의 극복에서 많은 진전을 보여 온 미국의 국내정치는 다른 다양한 방면에서도 차별이 극복되는 방향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국내정치는 여전히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가로 남도록 이끌어가고자 할 것이다. 민주당이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공화당이 ‘미국적 국제주의’를 내세우고 있고 외교노선 사이에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을 세계의 유일한 패권국가로 존속시키겠다는 취지에서는 다름이 없다고 하겠다.

그러한 뜻에서, 미국은 어느 당이 집권하든 군사력 증강과 다양한 동맹체제 유지에 역점을 둘 것이다. 그리고 그 물질적 기초로서 경제적 번영을 추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세계지배는 적어도 10∼15년 지속될 것이며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세계자본주의의 전 지구적 확산이 가시화될 것이다.

미국의 국내정치에서도 정치개혁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것이 개혁신당의 창당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매우 부분적이긴 하지만 대통령제에 내각제의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내다볼 수 있는 시간대에서는 현재의 양당제와 대통령제가 국내정치의 큰 기둥을 형성할 것이다.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어느 당이 승리할까? 미국의 정치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대통령선거에 관한 정치학 교과서 이론에 따르면 민주당의 재집권을 점치게 된다. 경제가 좋으면 집권당이 승리한다는 공식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의 백악관 탈환을 예언하게 된다. 각종 여론조사들은 한 두 개의 예외를 빼놓고는 대체로 부시의 승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연착륙정책을 승계할 것이다.

반면에 공화당이 승리하면 일단 강성을 드러낼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한반도 화해기류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기는 어렵다. 동시에 우리의 외교역량에 따라 공화당의 대북정책을 우리의 발걸음에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김학준<인천대총장·본사 편집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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