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펀드닥터]밀어내기식 투신상품 판매 불신만 키워

  • 입력 2000년 8월 15일 19시 31분


투신업계의 어려움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1년간 수탁고가 100조원이나 줄어들었고 부실채권 해소라는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증시침체로 주식형펀드마저 평균 20%의 손실을 내고 있어 투자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기업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허용된 상품이 비과세펀드다. 우여곡절 끝에 상품을 선보였지만 판매량이 예상보다 많지 않다.

애초 적어도 20조∼30조원 정도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 수탁고는 4조원 가량에서 정체돼 있어 열기가 생각보다 약하다. 그나마 만기를 맞은 여타 펀드에서 비과세펀드로 옮겨타는 정도여서 신규자금 유입은 많지 않은 상황.

수익에 대해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비과세펀드는 다른 채권펀드보다 2%남짓 수익률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분명 상품성은 훌륭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저조한 것은 펀드 판매기관들의 힘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나타낸다.

지금까지 영업점이 있는 증권 투신사 등 펀드 판매기관들은 수많은 유행상품을 팔아왔다. 스폿펀드, 엄브렐러펀드, 하이일드펀드, 후순위채(CBO)펀드, 클린MMF, 채권시가평가펀드 등등. 그 때마다 “이보다 더 좋은 상품은 없다”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투신상품은 또 얼마나 많은가. 수십종류에 펀드수만 1만4000개가 넘는다. 투자자들은 펀드종류와 상품명을 도저히 기억할 수조차 없다.

그러다보니 펀드간 장단점 비교가 어려워졌다. 얼떨결에 영업맨들의 말을 믿은 투자자들은 자신의 성향에도 맞지 않는 펀드에 가입해 실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주가가 급상승할 때 주식형펀드에 가입하고, 보수적으로 굴려야 할 돈으로 채권형에서 주식형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돼 펀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말았다.

펀드 판매회사들은 이제부터라도 세일기법을 바꾸어야 한다. 예전처럼 밀어내기식으로 파는 행위는 더 이상 신뢰를 얻지 못한다.

고객의 신뢰를 받는 펀드 판매방법은 투명한 운용과정을 갖춘 좋은 상품을 신중하게 투자자 입장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우재룡<한국펀드평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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