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Out]김혜수 플러스 유에 관한 에필로그

  • 입력 2000년 7월 29일 14시 46분


김혜수는 7월31일에 치뤄지는 <김혜수 플러스유> 100회 기념파티를 자신의 결혼식이라 불렀다. 아니, 흥행에 신경쓰는 것으로만 따진다면 아마도 결혼식 이상일 것 같다.

친분 있는 출연스타들에게 전화를 걸어 참석을 다짐받고, 깜짝춤을 연습하고, 100장이 넘는 초청장에 일일이 싸인을 해 전달하기까지.

그만큼 그녀가 <김혜수 플러스유>에 가졌던 애착은 일 이상이었으며 스스로 '평생 다시 해보기 힘든 경험'이라 말할 만큼 소중한 것이었다.

토크쇼가 주는 매력은 그런 것이다. 보는 사람은 물론 무대 위에서 말을 하는 사람도 서로의 인생을 관찰하고 흡수하는 즐거움에 푹 빠지면 빠질수록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20년 혹은 30년 동안의 인생을 한 시간에 다 풀어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인 만큼 정서적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혜수가 '플러스 유'에서 원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15세 때부터 톱스타로 살아온 그녀에게 약속되어진 인터뷰가 아닌, 진솔하게 마음을 나누는 토크의 경험은 흔치 않았다. 2년 전 플러스유 첫 녹화를 앞두고 그녀에게 이런저런 진행요령을 설명할 때 그녀가 내게 한 푸념이 기억난다.

"10년 넘게 질문을 받아만 봤지, 해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 도대체 뭘 물어봐야하죠?"

그러나 이제 그녀는 그 답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가끔 시청소감에 '게스트보다 더 말을 많이 하는 MC'라는 비난 때문에 마음 고생도 했지만 그건 그녀가 그만큼 게스트들과 대화를 마음으로 즐겼다는 증거다.

벌려진 입이 얼굴의 반을 차지할 만큼,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 굉장한 파안대소로 화답하던 그녀만의 리액션은 순도 100%의 진심을 담은 것이었고 수많은 게스트들이 그 진심에 이끌려 '플러스 유'를 찾아주었다.

그런 <김혜수 플러스 유>가 종영을 맞는 데는 나름대로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100이라는 완벽을 상징하는 숫자로 모양 좋게 끝내기를 원했던 그녀 스스로의 결정도 있었지만 최근의 토크쇼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연예인 대상 토크쇼에 출연할 트랜디한 게스트들은 대략 300명 내외이다. 그러나 아침 저녁 수많은 토크쇼의 범람으로 이제 모든 국민들이 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다 알아버리게 된 것이다. 각 채널마다 수많은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이 생긴 탓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제 그저 웃겨주거나('토크박스'같은 웃기기 경연 대회를 통해서) 뭔가를 알려주거나(연예정보프로그램의 선정적 보도를 통해서) 둘 중 하나를 원할 뿐이다. 아마도 3~4년쯤 뒤 연예인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난 뒤 어쩌면 다시 토크쇼의 전성기가 찾아올까?

어쨌든 김혜수는 이제 다시 그녀가 늘 얘기했던 것처럼 본업인 연기자로 돌아갈 것이다. 지난 2년간 수많은 게스트들과의 만남을 통해 풍성히 살찌워졌을 것이 분명한 그녀의 인생관이 연기 속에 진하게 배어나올 그 드라마를 난 기대한다.

김일중(방송작가) yellowtv@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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