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의사協, 재폐업 유보 선언

  • 입력 2000년 7월 25일 23시 51분


8월 의약분업 전면 실시를 엿새 앞두고 국회에서의 약사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으나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계 재폐업 유보를 선언해 의약분업은 일단 예정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보건복지부는 병원과 인근 문전약국의 원외처방전 수용비율이 70%에 이르는 등 의약분업이 순조로운 진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네약국의 약품 구비는 여전히 미흡해 이를 이용하는 환자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부 동네의원들이 의협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일본식 선택분업(임의분업) 서명운동에 돌입해 의약분업 논란의 새로운 불씨로 떠올랐다.

▽약사법 개정안 처리 무산〓국회법 개정안 강행 처리 사태로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못함으로써 당초 이번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25일 처리하기로 돼있던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임시국회 회기는 이날로 종료됐기 때문에 약사법은 새로운 임시국회를 소집해 처리하든가 아니면 정기국회로 넘기게 됐다. 약사법 개정안이 정기국회로 넘어갈 경우 의약품 낱알 판매 금지에 따른 5개월 간의 유예기간은 의미가 없어지는 데다 의약분업 전면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점을 새로 추가할 수 있어 약사법의 내용이 또다시 달라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의약품 낱알 판매와 약효동등성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에 대해 대체조제를 허용하는 현행 약사법이 내달 1일부터 그대로 시행됨으로써 당분간 약계의 의약품 판매방식과 대체조제 여부에 대해 다소간의 혼란이 예상된다.

▽의료계 재폐업 유보 및 임의분업 논란〓의협이 산하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 재폐업 투표 방침을 거부한 것은 재폐업에 돌입할 경우 쏟아질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의협이 의쟁투의 결정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의협은 특히 향후 투쟁을 의협 주도로 끌고 가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어 이에 반발하는 세력과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개원의협의회와 병원의사협의회는 환자가 병의원 조제와 약국 조제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임의분업’을 주장하며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25일부터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임의분업은 전 세계에서 일본이 유일하게 시행하는 제도.

임의분업은 그동안 의협이 공식 주장해 왔던 ‘서구식 완전 분업’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약사회 신현창(申鉉昌)사무총장은 “임의분업 요구는 의약분업을 하지 말자는 주장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의약분업 준비〓복지부는 18일부터 5일간 전국 24개 병원 및 문전약국 70개소를 대상으로 원외처방전 발급 및 수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4926건의 처방전 중 71%인 3819건이 문전약국에서 약을 조제했다고 밝혔다. 처방약품이 준비되지 않았거나 병원에서 별도로 조제하기 때문에 일반 약국에서 약이 없어 처방전이 반송된 경우는 198건(4%)에 불과했다. 그러나 동네약국의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다. 복지부가 동네약국의 의약품 구비품목 수를 300품목에서 200품목으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서울의 경우에도 70% 가량만이 이를 충족했다. 300품목 이상의 약품을 구비한 ‘준비된 약국’은 50%선에 불과했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대체조제가 허용된 현행법 아래에서도 대체조제 건수는 총 22건으로 전체의 0.4%에 불과했다”며 대체조제를 한 경우에도 사전에 담당의사와 협의한 것으로 나타나 의사들의 주장과 달리 대체조제는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성희·정용관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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