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장관급회담에 거는 기대

  • 입력 2000년 7월 24일 19시 24분


29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장관급회담은 ‘6·15남북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남북한 간의 사실상 첫 협상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측에서 장차관급 5명을 포함한 35명의 회담 대표단이 서울에 오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우선 우리는 이 같은 회담이 현재의 남북한 상황으로 볼 때 정례화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나아가 필요에 따라 수시로 가동할 수 있는 회담의 제도화 또는 상설화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장관급 회담의 후속조치를 위해 남북한 당국간의 실무급 채널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무급의 ‘논의 범위’로는 남북한간의 복잡다단한 현안들을 체계적 포괄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더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라도 장관급회담이 언제나 열릴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 남북한간 합의사항이 잘 실천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에서도 장관급회담의 상설화는 필요하다.

이번 장관급 회담의 의제는 정치 군사, 경제협력, 사회 문화교류 문제 등으로 남북 양측간에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6·15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밑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 같은 ‘밑그림’도 중요하지만 당면문제나 당장 합의할 수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구태여 실무급 회담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경의선철도 연결, 임진강 수방대책 등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나 청산결제, 이중과세방지 등 경협 보장장치 그리고 군사 직통전화 설치나 남북연락사무소 정상화문제 등 긴장완화 조치에 대해서는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가시적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이번 기회에 남북한 이산가족을 위한 면회소 설치 장소나 시기문제도 원칙적인 해결을 보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기대다.

우리가 이처럼 서로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바로 합의해 행동으로 옮겨가자고 하는 이유는 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 남북 양측 총리가 합의 서명한 기본합의서에는 남북화해를 위한 정치분과위, 불가침이행을 위한 군사분과위, 교류협력을 위한 교류협력분과위를 두기로 하고 가동까지 했으나 실천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그쳤던 것이다.

지금은 92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남북 모두 6·15선언의 실천을 위해 조심스럽게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양측 정부는 이런 과정이 깨지지 않고 발전되어가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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