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모주 메리트 사라졌다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18분


코스닥 공모주청약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모주는 누구나 인정하는 확실한 재테크 수단. 큰 돈은 되지 않더라도 손해볼 염려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공모주 불패(不敗)’ 신화는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신규등록종목 약세〓새로 등록한 종목은 창투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연일 상한가행진을 했던 게 보통. 웬만한 벤처기업이 열흘가까이 상한가를 치지 못하면 오히려 이변이었다.

이상징후가 감지된 것은 ‘적자기업 공모가가 40만원(이상 액면가 5000원 기준)이나 돼야 하나’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옥션부터. 매매 첫날(6월15일) 45만주 이상 대량거래가 이뤄지는 불안한 출발 끝에 나흘 상한가에 멈췄다.

공모가 최고기록(175만원)을 갖고 있는 네오위즈도 지난달 27일 등록이후 사흘 상한가를 치는데 그쳤고 지난해 매출의 3분의 1을 순이익으로 남긴 한국정보공학은 지난 6일 등록 첫날 하루 상한가가 전부였다.

신규등록종목 평균 연속 상한가일수는 올 2∼4월 내리 열흘을 웃돌았으나 5월에는 6.7일, 지난달에는 5.4일로 점차 내리막. 이달에는 더욱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왜?〓주요 원인중 하나는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

대우증권 공 헌 종합금융부장은 “등록 전에 이미 투자를 끝낸 금융기관들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식을 싸게 사들였기 때문에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차익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 실제로 최근 코스닥 기관투자가 순매도 상위종목에는 신규등록기업이 많다.

대신증권 정윤제 수석연구원도 “등록을 대행하는 주간사증권사의 발행회사 편들기가 공모가 거품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장래 수익가치를 부풀려 기업의 본질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이밖에 검찰이 추가로 코스닥 작전세력을 내사하고 있다는 소문 등으로 청약자들의 공모주에 대한 ‘믿음’이 엷어진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앞으로는…〓7월1일 등록예비심사 청구기업부터는 달라진 수요예측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에 공모가 거품은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 대우증권 공부장은 “주간사의 시장조성의무가 강화돼 증권사도 무조건 발행회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4일부터는 변수가 또 하나 생긴다. 지금은 공모가가 매매기준가가 되지만 이 때부터는 매매개시 첫날 공모가의 90∼200% 범위내에서 매수 매도주문을 받아 기준가를 결정한다.

대신증권 정 수석연구원은 “빠른 시간내에 적정주가를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많은 물량을 갖고 있는 기관들의 ‘장난’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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