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그런 藥 없는데…" 동네약국 쩔쩔

입력 2000-07-02 20:11수정 2009-09-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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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유형별 문제점▼

의약분업 실시 첫날인 1일 환자들이 겪은 새로운 진료방식은 유형별로 서로 다른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대형병원과 인근 약국은 비교적 대비책이 잘 마련되고 있었으나 병원과 떨어진 약국과 동네의원들의 준비는 미비했다.

▽대형병원과 주변 약국 이용 시〓서울중앙병원은 인근 18개 대형약국과 온라인 전산망을 갖춰 분업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었다. 환자가 진료카드를 처방전 자동발행기에 입력시킬 경우 병원과 연계된 약국의 지도가 화면에 뜨고 환자는 이중 한 약국을 지정해 처방전을 전송하고 약값도 미리 결제할 수 있었다.

1일 서울중앙병원에서 원외 처방전을 받은 환자 20여명이 찾은 서울 강동구 신천동 대학약국측은 “온라인으로 처방전을 미리 받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대기시간 없이 약을 받아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병원 외에 강남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지역 약사회와 연계해 환자의 편의를 도모할 방침이다.

그러나 약이 없어 조제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날 서울대병원에서는 3명의 환자가 원외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갔다가 약이 없어 다시 돌아와 원내 처방을 받았다. 서울대병원 정문에 위치한 대학약국 약사 김진수씨는 “2,3주전부터 약을 신청했는데 약품 포장단위 등이 확정되지 않아 제약회사에서 약을 보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병원과 동네약국 이용 시〓원외 처방전을 발부받아 병원과 떨어져있는 집 근처 약국에서 약을 타는 것은 크게 불편했다.

우선 조제에 필요한 전문의약품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다. 최근 의사협회가 지역별 의약분업협력회의에 적극 참여, 처방약 목록을 전달하기로 결정했지만 병원 주변 대형약국이 병원과 직접 연계해 처방약 목록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한참 더딜 수밖에 없다.

환자대기실 팩스 등 부대시설도 아직 준비되지 않은 형편. 한 약국 관계자는 “약품이나 장비 모두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병원앞 약국만 붐비고 우리처럼 병원에서 다소 떨어진 곳의 약국들은 곧 망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감돈다”고 말했다.

▽동네의원과 동네약국 이용 시〓대부분의 주택가 개인병원들은 예전처럼 의원에서 약을 조제해 의약분업의 ‘무풍지대’였다.

그러나 일부 의원 밀집지역에서는 종합병원 외래약국과 흡사한 처방전 조제 전문약국을 마련하는 등 준비가 한창이었다. 소아과 등 7개 개인병원이 입주해 있는 경기 군포시 신원타워 빌딩에는 전광판과 환자 대기석을 갖춘 조제전문 약국이 개장을 앞두고 있었다. 8월 본격 시행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병원과 약국의 연계가 이루어질 전망.

시민 김일수씨(45·여)는 “아직은 불편이 없지만 8월부터 걱정이다. 의사들이 투쟁 일변도일뿐 환자의 불편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은 등한시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아직 의약분업을 몰라요〓정부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이 뭘 하는 것인지,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환자가 많았다. 특히 병원을 많이 찾는 노인층은 분업에 대해 이해가 거의 없었다. 저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최옥녀씨(74·여)는 “앞으로 병원에서 약을 탈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왜 불편하게 이러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집단폐업 이후 7월 한 달이 계도기간으로 설정된 것과 관련해 “결국 이러다 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소리도 나왔다.

<정용관·김준석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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