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미국 문학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분할 따름이지요! 그런데 제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이라는 걸까요? 생각해보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저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입니다. 고아라는 것만 봐도 알 만하죠? 학교나 교회도 저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세상과 인간을 탐구하면서 제 자신을 세워나갑니다. 방종과는 다르죠. 나름대로의 기준(그 중 하나가 ‘책’입니다)이 있으니까요. 실수나 불운에 따른 응분의 대가는 묵묵히 치르고, 남다른 책임감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저랍니다.
그리고 또 저는 유머와 풍자를 좋아하지요. 특히 엄숙한 체하며 무게잡는 어른들 놀리는 데는 따라올 사람이 없습니다. 대머리 사건, 집게벌레 사건, 다윗과 골리앗 사건으로 선생님과 목사님을 웃음거리 만드는 거 보셨죠? 하지만 너무 나무라지는 마세요. 인간, 특히 어린 아이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옭아매기도 하는 제도와 사람을 잠시 놀려줄 뿐이니까요. 도끼눈 뜨고 노려보는 대신 함께 한바탕 웃어넘길 수 있어야 우리를 진심으로 안아들일 수 있다구요.
제가 사소한 일에 목숨거는 걸 좋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폴리이모는 “작은 사내애처럼 별 볼일 없는 물건”이라고 저를 부르시죠. 제가 애지중지하는 보물은 빠진 이, 유리병 조각, 올챙이, 놋쇠 문손잡이, 오렌지껍질, 헌 창틀, 진드기 따위입니다. 비웃지 마세요! 이건 우리 아이들의 엄연하고 엄숙한 현실이라구요. 그 덕분에 저와 제 친구는, 어른들 가치관을 어설프게 쫓는 바람 빠진 풍선 같은 다른 동화 속 아이들에 비해 이렇게 오랫동안 생생하게 살아 있는 거 아니겠어요?
아쉽게도 이 책 말미에 저는 어른들 사회로 끼어들어갑니다. 죽은 쥐 대신 금화가 제 보물이 되고, 허크를 보통 집으로 끌어들이는 거죠. 그래요,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애들은 결국 어른이 되는 법인걸요. 하지만 한 가닥, 산적이 되는 꿈만은 버리지 않습니다. 저는 어른이 되겠지만, 그냥 어른은 안 될 거예요. 어른 톰 소여가 될 거라고요.
김서정(동화작가·공주영상정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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