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세상]우즈 '천재'를 뛰어넘어라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스포츠보도에는 수식어가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 신동, 천재, 거인, 제왕, 황제 및 ‘작은 거인’ ‘살아있는 전설’ ‘움직이는 역사’ 등등. 스포츠의 구성요건 중 하나가 재미와 즐거움이라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말들을 쓰기는 사실 조심스럽다. 자칫 잘못되면 스포츠스타를 거품에 빠뜨리기 십상인 까닭이다.

지난주 US오픈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에게는 어떤 수식어가 어울릴까. 지금까지의 기록으로 보면 앞의 말들도 부족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현재로서는 ‘골프 천재’라는 말이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천재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는 말도 있듯이 그 1%의 자질이 스포츠 슈퍼스타의 결정요소라고 믿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에 대한 찬사는 1%의 자질과 재주에 대한 것이니 더 근사한 수식어는 그의 생활과 사회적 공헌 등을 지켜보며 쓰는 게 좋겠다는 말이다.

사실 우즈는 생후 9개월 만에 골프채를 쥐었고 6세 때는 홀인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천재적 능력이 일찍부터 개발된 것이다. 골프에 대한 잠재능력과 환경이 어우러진 것인데 비슷한 예는 적지 않다. 다만 상반된 결과는 음미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은퇴한 웨인 그레츠키는 2세 때 아이스하키를 시작, 17세에 프로선수가 돼 미국아이스하키의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웠다. 그는 선수시절부터 빙판의 제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반면 보리스 베커는 5세 때부터 테니스 지도를 받아 윔블던 최연소 챔피언이 되는 등 세계 무대를 누볐고, 지미 코너스도 4세 때부터 테니스를 시작해 세계를 주름잡았으나 우리에게는 그냥 스타로 남아있다. 축구의 디에고 마라도나도 ‘무서운 아이’로 혜성같이 등장해 축구계를 흔들어댔지만 약물파동 같은 사건으로 잊혀져 가고 있다. 기량도 세계 최고이어야 하고 생활도 모범이어야 최상급 수식어가 부여된다는 말이다.

우즈는 US오픈에서 유일하게 언더파를 기록하고 2위를 15타나 앞서는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타이거 우즈는 골프의 마이크로소프트(MS)이다. 연방지방법원이 MS의 분할판정을 내렸듯 그를 둘로 쪼갤 수 있는 판사를 안다면 다른 선수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우즈의 골프를 보고 어찌 골프 꿈을 그릴 것인가’ ‘현상수배-우즈를 잡을 사람 찾음’ 등의 보도가 아니더라도 그는 현역 최고의 스포츠 슈퍼스타이다. 그리고 다음달 영국오픈에서는 24세의 나이로 그랜드슬램의 대기록 달성 가능성도 높다.

나는 우즈에게 ‘천재’가 아닌 다른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되기를 기대한다. 펠레나 베켄바워처럼. 그리고 우리의 스포츠 천재들도 그 말에 안주하지 않기를 갈망한다.

<논설위원·체육학박사> 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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