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상투냐, 단기 조정이냐

  • 입력 2000년 6월 8일 17시 08분


“상투냐, 아니면 단기 조정이냐”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과열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단기에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이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들고 있는 주식을 팔아야 할까, 아니면 눈 딱 감고 더 갖고 가야 할 지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주가가 이미 상투를 찍은 것이어서 상승추세가 꺾일 것이라는 주장과 단기에 조정을 거친 후 상승무드를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한 상황이다.

◆얼마나 과열됐나.

우선 상승추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은 지수가 단기에 급등한 데다, 거래량이 9조7,719억9,000만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으며, 거래대금 역시 10조2,405억원으로 연중 최고(사상 3번째)를 기록한데 근거를 두고 있다. 예탁금보다 많은 거래대금 규모는 분명 시장이 과열상태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이는 예탁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수급 불균형을 일으키는 등 시장 에너지의 고갈로 체력을 급격히 떨어뜨릴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예탁금은 지난 7일 현재 9조8,499억원으로 지난달 17일 이후 계속해서 10조원대 밑에서 맴돌고 있다. 주가 역시 지난달 30일 이후 7일을 현재 6일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며, 단기간에 무려 18.99%나 치솟았다.

신흥증권 정병선 상무는 “신규자금의 유입이 부진한 상황에서 예탁금 회전율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며 “증시에 피로가 누적돼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한다. 정 상무는 특히 “그동안 단기 급등 과정에서 은행, 증권, 건설 등 트로이카 주에 투기적인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상승의 질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나타날 것으로 보였던 악재들이 빨리 나타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망을 비관시하는 전문가들은 또 한국종금과 3개 공적자금 투입은행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등이 또 다른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신설 투신사의 부실 등 수면 밑에 잠복했던 문제들이 다시 나타나면 조정이 의외로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반등 시 차익을 실현, 현금을 보유한 후 장세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단기 조정 후 상승세 지속한다.

주가의 상승론을 펼치는 단기 조정론자들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우선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부 업종에 한해 거래량이 터졌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한빛은행 현대건설 외환은행 등 상위 8개 종목이 무려 2조 주를 넘는 거래량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개인들이 많이 갖고 있는 은행과 건설종목에서 장중 치열한 매매공방이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빛 외환 조흥 등 3개 시중은행 주는 시가에서 상한가로 출발했으나 장중 플러스 2∼4%대로 상승폭이 밀리는 등 공방전끝에 마감 40여분을 남겨두고 한빛과 외환은행은 가격제한폭까지, 조흥은행은 14.58% 씩 상승했다.

이들은 선물·옵션 만기일에 콜옵션에 묶인 매물을 장 막판에 쏟아내는 등 기관투자가들이 3,5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음에도 외국인들이 이를 소화한 점을 상기시키며, 이날 주가가 20포인트정도 빠지는 데 그친 것은 향후 장세를 낙관케 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9일부터 프로그램 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외국인들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국의 국가 위험도가 낮아지고 미국증시가 안정을 찾으면서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되는 반도체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면서 “따라서 외국인이 매수를 유지할 경우 조정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의 나민호 팀장은 “상승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고 특히 은행주와 증권주의 경우 악성 매물벽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추가 상승의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나 팀장은 특히 “더블위칭데이에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을 받으며 눌림목을 형성하고 있어 단기 조정 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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