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마감 30분 전을 주목하라"

  • 입력 2000년 6월 7일 16시 17분


“마감 전 30분을 주목하라”

미국증시가 장 마감 30분 사이에 나스닥등 주요 지수들이 요동치고 있어 그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곤두박칠 치던 주가가 마감 30분 전부터 별안간 매수세가 달라붙으면서 급등세로 급변하는가 하면, 장중 내내 견고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증시가 갑자기 하락세로 돌변하는 일이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증시 얘기다.

6일에도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나스닥지수는 오전부터 힘있게 출발, 마감 1시간 전인 오후 3시께에는 3880포인트대에서 움직이며, 지수 3,900돌파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폐장 30분을 앞둔 오후 3시30분께부터 이상한 조짐이 감지됐다. 이때쯤해서 매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지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밑으로 고꾸라졌다. 결국 이날 나스닥지수는 장중 고점보다 무려 130포인트나 낮은 3756.37에 폐장,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당시에는 최근의 급등을 경계한 차익매물의 출회 쯤으로 평가했으나, 전문가들이 보는 견해는 달랐다.

앞서 지난 4월24일에는 나스닥지수가 오후 3시30분까지 299포인트(8%)나 폭락했다가 마감 직전 마지막 30분사이에 137포인트가 상승, 당일 하락폭의 절반 이상을 급거에 만회했다. 다우지수는 더 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까지 54포인트 떨어졌다가, 마지막 30분 사이에 무려 115포인트나 급등, 오히려 전날보다 62포인트나 오르는 기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미국의 증권정보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스마트머니’에 따르면 4∼5월 중 41일의 영업일

가운데 다우아 나스닥지수가 마감 직전 30분동안 그날의 추세가 반전되거나, 지수 변동폭이 50% 이상 확대된 날이 무려 25일에 달했다.

실제로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장 마감 직전 30분의 거래량이 올들어 평균 하루 거래량의 12.53%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37%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며, 하루 거래시간(오전 9시30분∼오후 4시)를 30분 단위로 나눴을 때의 균등평균치 7.7%보다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공매자 또는 헷지펀드들의 소행을 의심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 막판 주가 변동의 가장 큰 책임이 인덱스 펀드들에게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덱스펀드는 주가지수의 흐름을 그대로 쫓아갈 수 있도록 주요 종목을 골라 같은 비율로 투자해 해당 지수의 상승률과 수익률을 비슷하게 구성하는 펀드로 특히 미국에서 인기가 대단히 높다. 인덱스펀드들은 유입된 자금을 즉시 투자할 의무가 없는 뮤추얼펀드와 달리 자금 유입 즉시 포트폴리오에 의해 전액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현금잔고를 남기지 않는다.

문제는 미국증시가 심한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환매요청이 잇따르고 있는 데, 인덱스펀드맨저들이 현금의 유입과 유출이 장중 어느 시점에서 이뤄질 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장 막판까지 기다리다가 매도와 매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말 현재 미국에서 활약하는 209개 인덱스펀드의 총자산 규모는 3,464억2,000만달러로 지난 96년말의 5배에 달하며, 인덱스펀드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4월말 현재 10.26%로 10년전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러한 인덱스펀드의 장 막판 변동성 확대는 정보력에서 뒤질 수 밖에 없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한 장 막판에 주가가 급변동하는 것이 경제 펀더멘털에 영향을 받기 보다, 인덱스펀드의 현금 유출·입에 의한 것이어서 증시의 커다란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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