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니폼니시 감독, 한국 "색깔 뚜렷해야 산다"

  • 입력 2000년 5월 30일 19시 47분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가 2년 앞으로 다가왔다. 국제축구연맹

(FIFA)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지만 17번째 맞는 월드컵의

개막일은 2002년 5월 31일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 현 시점에서 개최국 한국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숙원인 16강 이상 진출을 이룰 수 있느냐는 것.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당시 무명팀이던 카메룬을 대망의 8강에 진출시켰고 98년까지 국내 프로축구 부천 SK감독으로 활약하다 현재 중국 프로축구 쉬엔양 하이츠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러시아출신 발레리 니폼니시감독(59).그에게서 한국축구의 월드컵 16강 진출 '묘수'를 들어본다.

―한국축구의 현주소는 어디라고 보는가.

“한국축구는 분명히 세계수준에 올라가 있 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것은 국제대 회에만 참가하면 보유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점이다. 한국축구가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다른 나라 선수들을 지켜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들은 자기들이 준비한 노력에 대해 확신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긴장하고 경직된 자세로는 절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필요 이상으로 유럽축구에 대해 주눅이 들어 있는 것도 문제다.”

―월드컵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16강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국축구대표팀이 남은 기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자신감과 함께 한국은 어떤 내용의 경기를 펼치든지 ‘자기 축구에 대한 얼굴’을 가져야 한다. 정신력과 투지는 기본 전제이고 한국축구의 내용을 기술적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인이 유럽인에 비해 신체적으로 불리한 요소들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 나 순발력이나 민첩함 같은 더 우수한 요소들도 있지 않은가. 이런 장점들을 살려 한국축구 하면 금방 떠오르는 ‘축구 색깔’을 가져야 한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카메룬을 일약 8강에 올려놓았는데 그 비결과 이를 통해 한국축구에 들려줄 수 있는 충고가 있다면….

“당시 카메룬의 8강 진출은 감독과 코치, 선수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국내 선수들, 젊은 선수, 경험 많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뤄냈다. 기술적으로 당시 카메룬팀은 수비와 공격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 아울러 카메룬 선수들의 낙천적인 성격도 성공 요인이었다. 팀을 통솔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마이너스일 경우도 있지만 선수들이 흥분하지 않고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정신적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었다.”

-중국프로팀을 지도하면서 느낀 점과 아시아축구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중국축구는 한국축구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공통된 얘기로 아시아 선수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 바로 프로페셔널리즘, 즉 직업 의식이다. 프로는 전문인 아닌가. 그렇다면 자기가 스스로 자기 직업을 위해 무엇이 해가 되고 무엇이 덕이 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코치가 통제하고 감시하는 생활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어렸을 때부터 축구선수는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잘 가르쳐야 한다.”

―한국인들이 월드컵을 잘 치르기 위해 가져야 하는 자세는….

“4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 사회의 안정성을 체험했다. 정감 있고 선량한 한국 사람들이기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88올림픽을 치러냈던 자부심을 가지고 손님맞이 준비를 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한국 축구팬의 선량함은 나도 경험했다. 패배한 자에게도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이다. 다만 외국 문화를 대하는 배타적인 편견은 절대로 도움이 안된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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