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성범죄자 인터넷 공개 논란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38분


4년 전 미국 의회는 성범죄자들이 교도소를 출소한 후 행방을 추적할 수 있도록 주정부 기관들에 성범죄 전과자들을 등록시키는 법률을 제정했다. 그런데 이제 미국 전국의 주들은 주정부 기관에 등록되어 있는 성범죄 전과자들의 기록을 인터넷에 공개함으로써 의회보다 오히려 한 발짝 더 앞서 나아가고 있다.

1996년 이후 인터넷에 자기 주에 거주하고 있는 성범죄 전과자들의 사진과 자세한 전과 내용을 공개하기 시작한 주는 21개이다. 그리고 뉴욕, 메릴랜드, 위스콘신 등 여러 주들이 앞으로 몇 달 안에 성범죄 전과자들의 정보를 인터넷에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러 주들이 취하고 있는 이러한 새로운 조치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함으로써 위험한 성범죄자들에 대한 정보를 쉽게 널리 배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한 기록 공개가 복잡한 문제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하며, 범죄에서 손을 떼려 하는 범죄자들에게까지 낙인을 찍어 오히려 더 많은 성범죄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 같은 논쟁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현재 미국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숫자인 약 7만 명의 성범죄 전과자가 등록되어 있는 캘리포니아주가 이들에 대한 등록제도를 시작한 것은 1947년이었다. 다른 주들은 1994년에 주정부 관리들이 성범죄 전과자들을 등록시키고 그들의 행방을 추적해야 한다고 규정한 웨털링 법이 제정된 이후 캘리포니아주의 선례를 따랐다. 그리고 의회는 그로부터 2년 후에 뉴저지주의 메간 법을 바탕으로 성범죄 전과자가 어떤 동네로 이사를 왔을 때 해당 주는 그 동네 사람들에게 그가 성범죄 전과자임을 통보해야 한다는 수정조항을 웨털링 법에 덧붙였다. 메간 법은 1994년에 두 번의 어린이 강간 전과를 지닌 범죄자에 의해 강간을 당한 뒤 살해당한 뉴저지주의 7세 소녀 메간 칸카의 이름을 따서 제정된 법이다. 당시 이 범죄자가 메간이 살던 동네로 조용히 이사를 왔을 때 동네 사람들은 그의 전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성범죄 전과자들의 기록이 인터넷에 공개되기 전에는 경찰에 요청을 해야만 이들에 관한 정보를 볼 수 있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는 지금도 이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주 법무국은 다음 달에 성범죄 전과자들에 대한 정보를 기록한 웹사이트를 열 예정이다. 위스콘신주의 토미 톰슨 주지사도 지난달에 성범죄 전과자들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 새로운 방법 때문에 성범죄자들은 위스콘신에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다시 한 번 자신들의 행동을 생각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위스콘신은 더 안전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성범죄 전과자의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려는 사람들이 그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걱정하는 문제 중의 하나는 일반 사람들이 성범죄 전과자들에게 보복성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실제로 동네 사람들에게 성범죄 전과자의 이주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법이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이후 전과자들이 이웃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셋집에서 쫓겨나거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군중에게 매를 맞는 사건이 크게 늘었다.

또한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의 정확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네티컷을 포함한 여러 주들이 성범죄 전과자들의 현주소 등 정보를 전과자 자신의 신고를 통해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아버지 등 가족에 의해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이 아버지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 피해사실을 오히려 숨길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메사추세츠 성범죄자 치료협회의 크레그 라탐 의장은 “성범죄자를 교도소에서 내보낸 다음 그가 직업도, 살 집도 구할 수 없게 만든다면 사람들의 안전이 더 위협받게 될 것”이라면서 “차라리 그를 평생 감옥에 가둬두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00/05/biztech/articles/22abus.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