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한 曲으로 러 가요계 평정 디아나 구르츠카야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네가 이곳에 있는 걸 확실히 알아….”

이런 평범한 노래말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달리 들린다. 더구나 아름다운 여성이 이 노래의 주인공이라면.

앞못보는 미인가수 디아나 구르츠카야(21)가 ‘너는 이곳에’라는 노래 하나로 러시아 가요계의 정상에 올라섰다.

구르츠카야는 8일 러시아 국영 RTR방송이 선정한 ‘그해의 노래’에서 1999년 최고가수로 뽑혔다. 95년에 데뷔한 그는 이 노래가 실린 ‘세상에 사랑이 있을까’라는 단 한장의 앨범으로 가요계를 평정한 것.

그는 태어날 때부터 한번도 세상을 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어릴 때 세상을 떠났다. 검은 안경에 검은머리, 길고 하얀 드레스 차림에 장미꽃을 들고 노래하는 그가 우울한 러시아의 사회 상황과도 겹쳐 더욱 팬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다.

구르츠카야는 그루지야의 수후미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할머니로부터 그루지야 전통 노래를 배웠다. 음악학교에서 클래식 포르테피아노를 배우고 모스크바에 유학해 그네신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95년 얄타-모스크바-트란지트 국제가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이때 러시아 최고 대중가요 작곡가 이고리 니콜라예프의 눈에 들었다. 이후 그는 스타의 길로 들어섰다. 러시아 가수로는 드물게 미국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 무대에도 섰다.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이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스크림을 못먹게 하는 매니저와 다퉜다”고 밝히는 등 소박함 때문에 러시아뿐만 아니라 독립국가연합(CIS)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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