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 세상]재도전하는 스타도 아름답다

  • 입력 2000년 3월 27일 20시 12분


무하마드 알리(58)는 주먹뿐만 아니라 입으로도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복서이다. 언론매체나 단체에서 20세기를 닫으며 선정한 ‘20세기 스포츠 스타’부문에서 그는 축구황제 펠레,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과 함께 상위를 휩쓸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같이 쏜’ 알리는 지금은 파킨슨병으로 행동도 느릿하고 말씨도 어눌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뉴스의 초점이 된다. 프로복싱에 입문한 막내딸이 승승장구해서 만은 아니다.

실제 그는 지난해 10월 전세계 스포츠팬을 쥐락펴락 했었다. 뉴스위크와의 회견에서 곧 훈련을 해 15라운드 시범경기를 갖겠다는 말로서 그랬다. 이 소식은 다음 날 알리 자신이 ‘농담’이었다고 밝힘으로써 해프닝으로 끝났다. 현역 당시 ‘떠버리’란 별명도 달고 다녔던 그는 “내 말이 아직도 여러 사람의 관심거리가 될 줄이야...”라고 겸연쩍어 했다는 후문이다.

은퇴한 스타의 현역복귀와 재기는 말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결심도 쉽지 않거니와 성공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물론 마이클 조던이나 10년의 공백 끝에 링에 돌아와 45세에 다시 복싱 헤비급챔피언이 됐던 조지 포먼 같은 성공사례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터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 우리는 그러한 성공을 지켜보게 될지 모르겠다.

‘신궁’ 김수녕(29)과 한동안 ‘퍼펙트 골드’란 말을 유행케 한 김경욱(30). 올림픽 양궁 금메달 주역들이 다시 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말 은퇴한지 6년 만에 활시위를 당긴 김수녕은 대표선수선발 1차 관문을 통과, 2차 선발전을 대비하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가 88년 서울올림픽 2관왕 등 국제대회에서 무려 17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보여준 의연함을 재현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과녁 중앙의 카메라 눈을 두 차례나 맞추며 2관왕이 된 후 은퇴했다 2년만에 복귀한 김경욱에 쏠리는 눈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지금 종별대회에 출전중이다.

김수녕과 김경욱의 현역 복귀에는 주위의 권유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이 실력에 낀 녹을 깨끗이 벗겨낼 수 있을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금메달을 또 따낼 수 있을까. 해답은 그들 자신의 몫이다. 복귀의 사정이야 어떠하든 그들은 다시 냉엄한 현실의 무대로 돌아왔다. 후배선수에게 밀려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이미 그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김수녕과 김경욱이 뜻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명예가 걸린 복귀 결심이 결코 욕심이 아니었음을 우리 사회에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무념(無念)의 활시위를 생각해본다.

윤득헌 <논설위원·이학박사>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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