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서민울리는 버스회사 횡포/버스료 50% 인상한 셈

  • 입력 2000년 3월 27일 20시 12분


고속버스 회사들이 요금이 싼 일반고속버스를 요금이 비싼 우등고속으로 대거 전환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사업차 서울과 지방을 자주 오가는 윤기주씨(52·건설업·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평일이던 14일 오후 강남터미널 매표소에서 울산행 일반고속버스 표가 매진됐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 평소 요금도 비싸고 좌석도 체형에 비해 너무 큰 우등고속에 불편함을 느껴 일반고속을 애용했던 윤씨는 평일인데 좌석이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시 뒤 매표창구 옆에 붙은 고속버스 운행표를 들여다보던 윤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시간 간격이던 서울∼울산간 일반고속버스가 하루 3회만 운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 반면 우등고속은 하루 45회로 일반고속의 15배나 됐다.

윤씨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평소보다 7300원 비싼 2만2200원의 요금을 주고 우등고속을 이용해야 했다. 윤씨로서는 한차례 왕복을 하며 일반고속 편도요금(1만4900원) 만큼 더 부담하는 셈이었다.

일반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윤씨처럼 사실상 ‘요금 바가지’를 쓰고 있다.

이는 정부가 올해부터 규제 완화 차원에서 우등고속 대비 일반고속의 운행 비율을 자율화한 틈을 타 고속버스회사들이 일반고속을 대거 우등고속으로 전환시켰기 때문.

92년12월 개통한 우등고속은 좌석수가 27석으로 45석인 일반고속보다 훨씬 적다. 따라서 승객이 만원일 경우 한 대당 운행 수익은 일반고속이 더 많겠지만 평균 승객탑승률이 50% 안팎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우등고속의 수익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경부선의 경우 지난해 서울∼울산간 하루 14대가 운행되던 일반고속은 올해 7대로, 서울∼포항도 11대에서 6대로 줄어들었다. 호남선도 서울∼광주간 일반고속이 50대에서 35대로 줄어든 반면 우등고속은 116대에서 131대로 15대 늘었다. 올 들어서만 90대의 일반고속이 우등고속으로 전환됐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측은 이에 대해 “특히 장거리여행에서 일반고속보다 쾌적한 우등고속을 원하는 승객들의 수요에 맞추다 보니 일어난 현상”이라며 “올 한해 일반고속의 우등전환이 회사별로 30%까지 가능하지만 상반기중 20%만 전환하는 등 자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측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 운행표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취재기자가 23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1층에 붙어 있는 운행표를 확인했을 때 서울∼포항간 우등이 30회인데 반해 일반고속은 2회, 서울∼울산은 우등이 49회인데 비해 일반은 오후1시40분 딱 1회만 표기돼 있었다.

터미널측에서는 “최근 고속버스회사별로 일반고속에서 우등 전환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져 일반고속 시간표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사실상 우등고속만 이용토록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의 경부선 창구에서 만난 김태훈씨(31·회사원)는 “우등고속의 요금은 인하하지 않은 채 일반고속만 줄여 버리면 승객으로서는 요금 부담이 50%까지 증가하는 꼴”이라며 얄팍한 장삿속을 비판했다.

<권재현·김승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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