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경은 이제 '생명'이다

  • 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2분


모유(母乳)는 생명의 젖줄이다. 그런 엄마 젖에서 암을 유발하는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이 다량으로 검출됐다는 정부기관의 보고서는 이제 우리의 악화된 환경 조건이 생명의 시작부터 위협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시사한다.

산모가 아기에게 처음으로 먹이는 젖의 표본조사에서 하루 허용 기준치의 24∼48배나 되는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1일 허용 기준치란 그만한 양을 평생 섭취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고, 아기가 엄마 젖을 먹는 기간은 평균 6개월 정도인데다 매달 엄마 젖에 함유된 다이옥신 양이 10% 이상씩 줄어들므로 인체에 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와 일본 후생성 등은 비록 다이옥신이 검출된다고 해도 아기에게 엄마 젖을 먹이는 것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고 모유 먹이기를 권고한다.

그러나 환경호르몬의 영향은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어서 당장 큰 문제가 없다고 무해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더구나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물질은 우리 생활 주변에 널려 있으며 환경 조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물질의 하나인 다이옥신은 주로 쓰레기를 태울 때 배출된다. 여기서 나온 다이옥신은 토양에 침전돼 땅에서 자란 풀을 오염시킨다. 그리고 그 풀을 먹은 소나 양의 젖으로 만든 모든 유제품을 통해 인체에 들어온다. 채소와 육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의 ‘벨기에산 다이옥신 돼지고기 파동’이 그 예다. 그뿐만이 아니다. 쓰레기 연기를 타고 강과 바다로 날아가 어류의 몸 속에 흡수되고 그 어류가 식탁에 오른다. 물과 공기를 통해 직접 우리 몸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쓰레기를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다. 특히 쓰레기를 소각장 아닌 아무 데서나 소각하거나 플라스틱 비닐 등을 태울 때 다이옥신 발생량은 크게 늘어난다고 한다. 일회용품의 사용을 가급적 줄이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야 할 이유다. 살충제나 농약 사용도 줄여나가야 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며칠 전 ‘환경인 모임’ 자리에서 “정부의 환경정책을 그동안의 사후처리 위주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나아질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굳어져 온 개발 우선의 관료의식과 환경 경시의 국민의식 등에 일대 전환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 환경은 이제 생활 그 자체이자 우리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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