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과학이다]골프공/'장타자' 댈리도 공나쁘면…

  • 입력 2000년 1월 25일 19시 21분


골프공의 변천은 ‘골프발전의 역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공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골프장 코스길이가 늘어났고 골프채 소재와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300야드인 ‘괴력의 장타자’존 댈리(33·미국)가 17세기에 쓰였던 ‘페더리공’을 사용한다면 그 비거리는 얼마나 될까.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결과 비거리는 150야드 안팎. 제아무리 존 댈리라도 오늘날 대부분의 골프장 파5홀에서 3온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오늘날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최초의 골프공인 ‘페더리공’을 시작으로 ‘구타페르카공’→‘러버코어공’을 거친 ‘오늘날의 골프공’은 어는 정도까지 발전했을까.

▽페더리공:오늘날의 골프공과 유사한 형태와 구조를 가진 최초의 골프공이다. 공모양으로 꿰맨 가죽속에 거위 가슴털을 채워 만들었다. 숙련된 기술자도 하루 제작량이 4개를 넘지못 해 한 개의 가격이 골프채 풀세트보다 비쌌다. 1637년 스코틀랜드에서는 이 공을 훔친 소년이 교수형을 당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 쉽게 망가지고 특히 물에 젖으면 사용할 수 없는 단점 때문에 1848년 나무 진액으로 만든 구타페르카공이 등장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구타페르카공:열대지방의 구타페르카 나무에서 추출되는 고무같은 성질의 구타페르카가 발견되면서 골프공은 제조방법과 방수성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보였다. 거푸집을 사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했고 물에 닿아도 공의 성능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 골프공의 규격화가 가능했던 것도 이때부터다. 현재 사용되는 국제공인 골프공 직경은 1.68인치(43mm).

▽러버코어공:1898년 미국의 아마추어골퍼 코번 헤스켈은 골프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고무심에 고무줄을 감고 표면을 구타페르카로 씌운 골프공을 개발한 것. 러버코어공은 이전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탄력으로 엄청나게 날아갔고 땅에 떨어져서도 많이 굴렀다.

▽오늘날의 골프공:구조는 러버코어공과 큰 차이가 없지만 소재와 표면처리 방법이 발달하면서 그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세계적인 골프공 메이커들은 최근 ‘거리와 정확도’를 겸비했다는 ‘2중 커버볼’을 내놓고 있다. ‘2중 커버’는 임팩트시 볼의 코어에 더 많은 파워를 전달해 평균 비거리를 20야드 이상 늘릴 수 있다는 것.

가장 바깥쪽은 부드러운 소재의 커버를 사용해 부드러운 타구감과 볼의 회전력을 3피스볼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일명 ‘맨틀’이라고 불리는 두 번째 커버는 단단한 소재를 사용, 볼의 추진력을 증가시킨다는 것.

한편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딤플’도 ‘2중 딤플’이 개발됐다. 미국의 ‘램’사는 딤플속에 또 하나의 딤플을 만들어 체공시간을 최대한 늘렸다는 ‘레이저 TDX150’을 출시했다.

골프채 소재가 다양해지듯 골프공에도 티타늄과 비스무트 텅스텐 등 갖가지 소재가 사용되고 있고 골프공 중심에 고체대신 액체를 넣은 것까지 등장했다.

커버소재와 딤플모양 컴프레션 회전력 등과 아울러 커버가 몇 겹인 볼을 사용할 것인가도 고려해야 할 ‘다양한 선택의 시대’를 맞은 것이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표면 울퉁불퉁 '딤플' 날아갈때 저항줄여▼

골프공 표면은 울퉁불퉁하게 돼 있다. 골프공을 이처럼 ‘딤플(Dimple)’구조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공기의 저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공도 처음에는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골퍼들은 오래되어 표면이 거칠어진 골프공이 매끈한 새 공보다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언뜻 생각하면 매끄러운 표면이 저항을 덜 받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체역학에 따르면 공기저항은 형상저항(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공의 앞 뒤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차이 때문에 생기는 저항)과 마찰저항(공기와의 마찰로 생기는 저항)의 두 가지.

그런데 날아가는 공의 경우 전체저항의 대부분은 바로 형상저항.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매끄러운 공의 표면을 흐르는 공기는 공의 중간 이후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그 곳의 압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의 앞뒷면 압력차이로 형상저항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공은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오늘날의 골프공처럼 표면을 약간 울퉁불퉁하게 하면 공기의 섞임이 활발하게 돼 앞뒷면의 압력차이가 줄어들어 형상저항도 감소하게 된다.

그런데 표면을 거칠게만 하면 날아가는 모든 물체의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 기준은 바로 ‘유체역학의 아버지’레이놀즈의 이름을 딴 ‘레이놀즈의 수’.

그의 실험에 의하면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었을 때 형상저항을 감소시키는 레이놀즈의 수는 약 4만에서 40만. 이 범위를 벗어나면 오히려 전체저항은 커지게 된다. 골프공이 날아갈 때의 레이놀즈의 수는 5만에서 15만. 따라서 골프공은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면 형상저항을 감소시킬 수 있어 똑같은 임팩트 파워를 사용하고도 더 멀리 날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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