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내각, 여당의 머슴 되지말라

  • 입력 2000년 1월 13일 23시 34분


어제 있은 개각은 공동여당의 총선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새로운 맛은 별로 없다. ‘국정개혁 지속에 대한 의지를 담았고 국민화합을 고려했으며 국가경쟁력 제고를 염두에 뒀다’는 청와대측 설명이 선뜻 와닿지 않는다.

4·13총선의 주무장관인 행정자치부장관에 전남 나주에서 민주당 조직책을 신청한 최인기(崔仁基)씨를 임명한 것은 현 정부의 공명선거 의지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또 외교통상부 내부 인사를 둘러싸고 여권 실력자들과 불편한 관계가 된 것으로 알려져온 홍순영(洪淳瑛)장관의 경질은 예상 밖의 인사다. 현 정권 출범후 외교사령탑 교체는 이번이 세번째로 외교정책의 일관성 유지라는 측면에서도 경질의 당위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개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경제팀을 어떻게 개편할 것이냐에 쏠렸다. 결과는 별다른 정책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의 교체에 그쳤다고 생각된다. 새 경제팀장이 된 이헌재(李憲宰)신임 재정경제부장관을 비롯해 관치(官治)행태가 체질화된 관료들이 경제팀의 핵심포스트를 유지했다. 정책의 일관성은 대체로 유지되겠지만 지난 2년간 형성된 새로운 관치구조를 스스로 깨기는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

하지만 새 경제팀은 심기일전하여 경제논리 시장원리에 충실한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고 행동과 실천으로 이를 보여주기 바란다. 새 경제팀은 무엇보다 집권여당의 ‘머슴집단’으로 전락해선 안된다. 한낱 여당의 선거운동을 돕는 ‘정책기술자’로 동원되기를 거부하라는 얘기다. 장관 임명권자는 국정의 최고책임을 지는 대통령이지, 여당총재가 아니다. 대통령부터 ‘정당이라는 이익집단의 총수’ 차원에서 경제팀에 정치논리를 강요해선 안되지만, 경제장관들도 그런 요구가 있을 경우 물러날 각오로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경제총리’라고 자임하는 박태준(朴泰俊)총리가 자민련 전총재이자 고문이라는 입장에 얽매여 경제팀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스스로 정치논리로 경제를 재단하려 해서는 결코 안된다.

새 경제팀은 특히 총선을 의식해 무리한 경기부양책이나 인위적으로 주가를 떠받치는 정책 등을 써서는 안된다. 또 선심정책을 더 이상 양산해선 안된다. 새 경제팀은 물가불안 노사관계불안 재정불안 등에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법과 제도의 틀 속에서 경제전반의 구조개혁을 진전시키는 것도 물론 새 경제팀의 과제다. 새 경제팀은 또 경제의 급속한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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