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비전21세기]미국의 독주는 계속되는가

  • 입력 2000년 1월 5일 08시 31분


《새로운 한세기, 새로운 1000년이 시작되었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 미국은 계속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고 국가 사회의 정체성은 그래도 유지될 것인다.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급속히 변화하는 국제사회와 함께 눈부시게 발전하는 생명공학, 과학기술의 앞날을 '비전 21세기'시리즈로 싣는다.》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라고 이름 붙인 것은 헨리 루스였다. 이제 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 충분히 증명되었지만 20세기가 100년 내내 미국의 전성기였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 미국은 세계 무대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미국과 거의 동일시되고 있는 개념인 세계자본주의가 붕괴되면서 1930년대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심각한 의심이 일게 되었고 일본의 융성은 1980년대에 미국의 경제적 자신감을 갉아먹었다.

21세기로 향하는 다리를 막 건넌 지금, 미국의 지난 영고성쇠는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를 안장 삼아 달리고 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고, 미국의 경제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 미국의 언어, 미국의 대중문화, 미국이 선호하는 자유시장 민주주의 모델은 하루가 다르게 지지자가 늘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자연스러운 일로 보는 현실에 이르렀다. 공산주의가 과학적인 발전과정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믿었던 공산주의자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미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21세기가 미국의 세기로 불리지는 못할 망정, 적어도 21세기 중 수십년 동안은 미국의 지배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의 자문 역할을 해온 로이드 커틀러는 “우리의 선도적인 기술과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우리가 현재의 위치를 고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우리는 자국의 통화로 채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정국의 긴장이 높아져서 돈을 맡겨둘 안전한 장소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미국으로 눈을 돌린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직성과는 반대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미국의 능력은 밝은 미래를 예고한다. 이민에 대한 미국의 개방적인 태도와 사회적 유동성이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시키고 자수성가를 일상적인 현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현실적 여건과 상관없이 지도자의 능력에 많은 것이 달려 있음은 물론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애브샤이어는 “세계에서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면서 “우리의 정치시스템이 길을 잘못 들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돈과 이슈에 대한 로비가 지배하는 정치체제 속에서 재능 있는 사람들이 공직자가 되려고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영국의 학자인 존 그레이처럼 미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미국의 약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범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수많은 사람을 감금하는 것’에 의존하는 방법이나 가족의 붕괴 등이 미국의 약점이라는 것이다.

반면 기술 중심의 경제체제가 빈부간의 격차를 더욱 더 심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사회적인 응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두고볼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미국은 아마 역사상 가장 안전한 나라일 것이다. 이는 미국의 지리적 위치, 핵무기를 통한 전쟁 억제력, 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의 상대적인 연약함 덕분이다. 중국은 아직 정치체제와 경제체제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했고 러시아는 혼란에 빠져 있다. 유럽의 통일은 아직 꿈으로 남아 있으며 설사 유럽이 통일된다 하더라도 유럽이 미국과 대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힘이 앞으로 계속해서 전혀 도전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워싱턴이 미국의 지배력을 확대하려 하거나 약한 자를 괴롭히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면 미국의 힘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고개를 들게 될 것이다. 사실 최근까지 미국이 유엔 회비 납부를 거절한 것이나 미국 군대를 외국인 사령관의 손에 맡길 수 없다는 미국인들의 고집 때문에 유럽인들은 벌써부터 미국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최근 “우리는 정치적으로 단극화된 세계도, 문화적으로 획일화된 세계도, 유일한 초강대국의 독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인들과 러시아인들도 최근 미국에 대해 비슷한 비판을 한 바 있다.

하버드대의 새뮤얼 헌팅턴은 ‘포린 어페어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려고 노력할수록 미국의 친구들은 멀어지고 라이벌들은 결속할 것”이라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은 다른 주요 강대국들에게 자동적으로 위협으로 인식된다”고 썼다.

미국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 아마 다른 나라들은 연합을 결성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 외에 미국이 맞서야 할 더 큰 도전이 있다. 21세기에는 권력이 더욱 더 분산돼서 국가뿐만 아니라 오사마 빈 라덴 같은 테러리스트들과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초국가적 단체들도 커다란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주식 및 채권시장과 대중매체의 권력도 무시할 수 없다.

전직 상원의원인 게리 하트와 워런 루드만이 이끄는 위원회는 허약한 지도력이나 테러 등이 어떤 문제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 위원회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첫번째 보고서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미국은 지금 미국인들이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불안해질 것이다.”

(http://www.nytimes.com/specials/010100mil-usa-apple.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