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서 새롬기술 주식을 사 4배 먹었다” “그래? 난 장외시장에서 사서 40배 먹었는데” 증권거래소 상장종목에 투자해서 큰 재미를 못본 투자자들이 코스닥으로 몰려가 뜻밖의 ‘대박’이 터져 흐뭇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제대로 수익을 낸 투자자들은 따로 있다. 코스닥 등록전에 장외시장에서 헐값에 주식을 샀거나 유상증자 등에 참가한 이른바 원시(原始)투자자들이다. 정부는 이렇다할 규율없이 운영되는 장외시장의 거래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증권거래소 및 코스닥시장과는 별도로 제3시장을 3월경 개장할 계획이다.
코스닥증권㈜은 이와관련 지난해말 제3시장 진입 의향을 묻기 위해 200개사에 의향서를 보냈으며 이중 절반만 참가해도 100개 종목의 거래가 가능해진다.
▼하루 거래 400억규모▼
▽장이 따로 없다=증권에서 장외(Over The Counter)시장이란 정해진 매매룰에 의해 상품을 거래하는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비정규적인 시장을 말한다. 채권시장이나 비상장 및 비등록 주식을 거래하는 시장이 해당된다. 주로 서울 명동의 사채시장에서 활발한 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명동시장’이라고도 불리우나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나 여의도,지방은 물론 인터넷상에서도 이같은 거래는 일어나고 있다. 하루 거래규모는 300억∼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인터넷통해 거래 가능▼
▽규율이 없다=부르는 게 가격. 상하한가 폭이 없고 거래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매매를 중개해주는 증권사가 없어 매매 희망자끼리 만나 흥정을 해 주권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시장별로 가격이 들쭉날쭉하고 가짜 주권을 갖고 사기를 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요즘은 이같은 장외 주식거래를 중개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대략의 시세를 훑어볼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도 장외종목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일일 등락제한 없어▼
▽그래서 장을 만든다=당국이 준비중인 제3시장의 성격은 코스닥시장과 비슷하다. 2월초순 매매시스템을 완성한 뒤 참여의향이 있는 기업들을 심사, 3월경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제3시장에서는 증권사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을 내면 코스닥시장의 호가중개시스템을 통해 거래가 체결된다.
그러나 거래소시장의 ±15%, 코스닥시장의 ±12% 등 같은 가격제한폭이 없다.
또 아무 종목이나 거래되는 것은 아니고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이 적정 또는 한정인 기업 △증권예탁원에 주식예탁이 가능한 기업 △명의개서대행 계약을 체결한 기업 △사모증자를 한지 1년이 지난기업 등의 자격요건이 있다.
▽돈이 될까=사채시장 등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종목들을 제3시장이라는 우리에 가둬두면 아무래도 상승탄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제3시장의 규율은 거래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비해 훨씬 느슨한 편이어서 두 시장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또 제3시장 진입요건을 갖추지 못한 종목들은 여전히 장외라는 음지에서 거래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 없어 ‘무한추락’▼
▽여전히 위험한 시장=장외시장이든 새로 생길 제3시장이든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정보가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비해 적게 혹은 느리게 유통된다.
따라서 정보취득이 쉽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아울러 상장 및 등록 종목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지는데다 상하한가 제한도 없어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매도주문만 쌓아 둔채 엄청난 속도로 하락할 수 있는 위험한 시장이다. 이런 대화도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코스닥에서 주식샀다가 물려서 반토막났다” “난 장외에서 샀다가 휴지조각됐다”
<이용재기자> 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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