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 가는 길 1]수익 큰만큼 위험 각오해야

  • 입력 2000년 1월 2일 21시 16분


《증권거래소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코스닥에서 장외시장으로’. 최근 고수익을 따라서 움직이는 투자자들은 시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단계인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사두는 ‘초기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코스닥열풍이 장외시장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전망까지 한다. 사채시장의 뭉칫돈과 갖가지 소문 및 재료가 빚어내는 장외주식시장의 이모저모와 내년 3월 개설예정인 제3시장 투자의 시사점을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코스닥에서 새롬기술 주식을 사 4배 먹었다” “그래? 난 장외시장에서 사서 40배 먹었는데” 증권거래소 상장종목에 투자해서 큰 재미를 못본 투자자들이 코스닥으로 몰려가 뜻밖의 ‘대박’이 터져 흐뭇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제대로 수익을 낸 투자자들은 따로 있다. 코스닥 등록전에 장외시장에서 헐값에 주식을 샀거나 유상증자 등에 참가한 이른바 원시(原始)투자자들이다. 정부는 이렇다할 규율없이 운영되는 장외시장의 거래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증권거래소 및 코스닥시장과는 별도로 제3시장을 3월경 개장할 계획이다.

코스닥증권㈜은 이와관련 지난해말 제3시장 진입 의향을 묻기 위해 200개사에 의향서를 보냈으며 이중 절반만 참가해도 100개 종목의 거래가 가능해진다.

▼하루 거래 400억규모▼

▽장이 따로 없다=증권에서 장외(Over The Counter)시장이란 정해진 매매룰에 의해 상품을 거래하는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비정규적인 시장을 말한다. 채권시장이나 비상장 및 비등록 주식을 거래하는 시장이 해당된다. 주로 서울 명동의 사채시장에서 활발한 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명동시장’이라고도 불리우나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나 여의도,지방은 물론 인터넷상에서도 이같은 거래는 일어나고 있다. 하루 거래규모는 300억∼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인터넷통해 거래 가능▼

▽규율이 없다=부르는 게 가격. 상하한가 폭이 없고 거래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매매를 중개해주는 증권사가 없어 매매 희망자끼리 만나 흥정을 해 주권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시장별로 가격이 들쭉날쭉하고 가짜 주권을 갖고 사기를 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요즘은 이같은 장외 주식거래를 중개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대략의 시세를 훑어볼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도 장외종목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일일 등락제한 없어▼

▽그래서 장을 만든다=당국이 준비중인 제3시장의 성격은 코스닥시장과 비슷하다. 2월초순 매매시스템을 완성한 뒤 참여의향이 있는 기업들을 심사, 3월경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제3시장에서는 증권사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을 내면 코스닥시장의 호가중개시스템을 통해 거래가 체결된다.

그러나 거래소시장의 ±15%, 코스닥시장의 ±12% 등 같은 가격제한폭이 없다.

또 아무 종목이나 거래되는 것은 아니고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이 적정 또는 한정인 기업 △증권예탁원에 주식예탁이 가능한 기업 △명의개서대행 계약을 체결한 기업 △사모증자를 한지 1년이 지난기업 등의 자격요건이 있다.

▽돈이 될까=사채시장 등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종목들을 제3시장이라는 우리에 가둬두면 아무래도 상승탄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제3시장의 규율은 거래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비해 훨씬 느슨한 편이어서 두 시장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또 제3시장 진입요건을 갖추지 못한 종목들은 여전히 장외라는 음지에서 거래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 없어 ‘무한추락’▼

▽여전히 위험한 시장=장외시장이든 새로 생길 제3시장이든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정보가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비해 적게 혹은 느리게 유통된다.

따라서 정보취득이 쉽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아울러 상장 및 등록 종목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지는데다 상하한가 제한도 없어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매도주문만 쌓아 둔채 엄청난 속도로 하락할 수 있는 위험한 시장이다. 이런 대화도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코스닥에서 주식샀다가 물려서 반토막났다” “난 장외에서 샀다가 휴지조각됐다”

<이용재기자> 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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