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 국민의식조사/행복]낙관론 우세

  • 입력 1999년 12월 31일 19시 05분


‘새천년에 인류는 현재보다 행복할까?’ 부정적 전망보다는 긍정적 희망을 표시한 사람이 많았다.

희망적 응답을 한 사람들은 50세 이상, 저학력, 월 소득 1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더 못해질 것이다’라는 부정적 대답을 한 사람은 30대, 자영업자, 월 201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많았다.

행복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욕망의 충족’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나이 학력 소득 직업별로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행복의 추구에는 또 한가지 ‘전통적 방법’이 있다.

욕구를 충족해 육체적 물질적 만족을 얻는 대신 욕구를 억제함으로써 물질과 육체적 욕망으로부터 자유라는 ‘환희’를 즐기는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어려운 시절을 여러 번 경험한 중장년층은 그래도 어려운 현실을 겪으며 ‘욕망의 적절한 통제’와 ‘실현가능한 욕망의 기대’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지혜를 익히고 있다. 학력과 소득이 낮다면 욕망충족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낮을 수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욕망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아져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반면 어느 정도 물질적 욕망을 충족시키며 젊은 시절을 보낸 30대와 나름대로 ‘상당한 생활 수준’을 지니고 있으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른바 중산층. 이들이라면 새천년에 당장 현장에서 이겨내야 할 정보화 신자유주의 세계화 등의 시련이 만만치 않으리란 점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항상 샴페인을 일찍 터뜨려 잘 나가던 흐름을 망치곤 했던 우리로서는 이런 ‘우환의식(憂患意識)’이 사회에 오히려 긍정적 기능을 하리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학생과 20대 젊은이들이 ‘새천년에 인류의 행복수준은 현재와 같을 것이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한창 꿈을 가져야 할 젊은 나이에 미래에 대한 야망도 희망도 꺾인 눈으로 새천년을 바라본다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해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이들이 가족과 함께 겪은 지난 2년 IMF시절의 기억은 젊은 날에 씻기 어려운 상처로 남았을 법하다.

욕망 충족만이 행복은 아니다. 끝 모르는 인간의 욕망 추구가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지는 인류의 역사가 가르쳐 준다.

욕망이 주관적이듯 행복도 주관적이다. 행복은 욕망의 자제와 발산 사이에 균형을 잡는 지혜에서 나온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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