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사이버 부동산'인터넷 도메인 투기 열풍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59분


인터넷 가상공간에서도 투기열풍이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이버공간의 토지소유증명서에 해당하는 도메인이름 한개의 가격이 수억원대를 호가하는가 하면 거액을 투자해 한꺼번에 수백개의 도메인이름을 확보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엔 도메인 거래를 중계하는 ‘사이버복덕방’이 생겨난 가운데 투자에 실패해 자살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거액투자 수백개 확보▼

지난달초 한국통신의 지원을 받아 벤처기업을 창업한 한국인터넷정보기술의 양재근사장(45)은 회사 도메인이름을 찾는 과정에서 ‘사이버부동산’투기 열풍을 실감했다.

양사장과 직원들이 고안한 100여가지의 도메인이름이 이미 모두 등록이 되어 있었고 이 바람에 정식으로 도메인이름을 등록하는데 한달이나 걸렸다.

양사장은 “등록된 도메인이름의 인터넷사이트를 찾아가면 ‘공사중’이거나 아예 사이트조차 없는 유령사이트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수억원대 한탕 노려▼

실제 사용할 목적 보다는 비싼 값을 받고 팔기위해 확보해둔 ‘빈집’이었던 것.

특징적인 도메인의 경우엔 부르는 게 값이다. ‘봉이김선달’이나 ‘싸다콤’ 등 사이버복덕방에 나와있는 이런 ‘빈집’ 한 채의 가격이 1000만원은 기본이고 억대를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법인 도메인의 등록비는 국내 도메인(.co.kr)의 경우 3만3000원, 국제도메인(.com)은 70달러(약 7만7000원)정도여서 거래만 성사된다면 횡재를 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올 7월 국내 도메인이름의 복수등록이 허용되면서 가속화됐다.

실제 올 6월까지 5만4000여개에 불과했던 국내 도메인 등록건수는 10월말현재 15만6000여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요즘엔 하루평균 500건이 신규등록되고 있다.

▼100건중 성사는 1건▼

해외에서 business.com이라는 도메인이름이 750만달러에 팔렸는가하면 국내에서도 starcraft.co.kr가 1억원대에 팔리는 등 실제 ‘대박’이 터진 것도 이런 열풍을 부채질하는데 한몫했다.

도메인등록대행업체 ㈜whois의 이청종사장(30)은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100건중 1건가량”이라며 “가격도 호가의 10분의 1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거품현상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모통신회사의 인터넷기획부 과장 임모씨(35)는 사이버부동산 투자의 실패로 지난달 11일 회사옥상에서 투신 자살했다.

▼목돈날리고 자살까지▼

임씨는 지난해 빚까지 얻어 1억8000여만원을 한꺼번에 투자해 2500여개의 도메인이름을 확보했으나 등록경신 기한인 1년이 가깝도록 이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 바람에 거액을 날리게 된 것.

거래가격의 10∼20%나 되는 중계료 역시 실물 부동산 중계료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국내 도메인등록을 관리하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 박창기 도메인관리팀장(36)은 “내년 6월이후 등록만기기간이 지나면 이러한 거품현상이 사라지고 가격도 현실화되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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