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립극장장 내정자 김명곤씨 "단원 자율성 보장"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국립극장이란 ‘작품’을 창작하는 데 전념하겠습니다.”

2000년1월 취임하는 김명곤 국립중앙극장장 내정자는 “그동안 만들어오던 영화 연극 작품들은 어떻게 할 겁니까”란 기자의 물음에 개인 활동은 중단하고 극장 일에만 전념하겠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개인활동 당분간 중단▼

새 국립극장장은 우리나라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인데다 내년부터 국립극장이 책임운영기관으로 바뀜에 따라 인사권과 예산권을 거머쥐고 침체돼 있던 조직을 혁신할 수 있는 자리.이런 사명감 때문인지 영화 ‘서편제’ 등 4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던 당대의 명배우도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국립극장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제도적 경직성이 예술 창작에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특히 예산집행과 관리가 비효율적이고 경직돼 있어요.앞으로 자율성과 유동성을 최대한 보장해 국립극장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효과적으로 실행되는 기관으로 만들겠습니다.”

▼순수-민족예술 산실로▼

-국립극장이 책임운영기관으로 바뀌면 어떻게 달라집니까?

“수지를 개선해 재정자립도를 높이라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수지개선도 중요하지만 순수 공연예술과 민족예술의 중심지로서 국립극장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또 국립극장이 대중으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겠지요.”

-99년 기준으로 국립극장의 예산은 170억원입니다.이 중 인건비 등 경상비 140억원을 제외하면 30억원이 작품활동비인데,이 적은 액수로 무슨 작품을 만듭니까?

“책임운영기관이 되면 외부 기획사와의 협력이나 합작을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또 내년 6월 개정 문예진흥법이 발효돼 지정후원금도 받을 수 있어요.창작여건이 훨씬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수익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겠습니다.”

그는 시종 진지한 태도로 대답해나갔다.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듯 간혹 답변이 추상적으로 흐르기도 했다.

-국립극장을 개혁하려다 기존 단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요?

“가장 큰 문제가 동맥경화증입니다.관료적으로만 생각한다면 문제가 되는 단원들을 한꺼번에 내보내야 할 것입니다.그러나 저는 예술적으로 풀어가겠습니다.단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조건들을 제거해 모두 최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진보-보수 구별안해▼

-김내정자가 국립극장장에 임명된데 대해 ‘참신하다’는 평도 있지만 ‘주류 예술계와 거리가 있는 재야 출신이어서 포용력이 문제’란 지적도 있는데….

“70,80년대 마당극 운동을 할 때부터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입장을 취해왔지만 기존 예술계와 대립한 적은 없습니다.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많은 예술인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왔습니다.필요한 일이 있으면 원로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공석으로 있는 국립무용단장 등 산하 예술단체장의 인사에 대해 ‘지도력과 예술적 안목이 있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는 인사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내정자는 내년부터 3년 동안의 경영성과를 토대로 문화관광부 장관과의 재계약에 임해야 한다.이제 그는 연극 영화인으로서의 경력을 접고 새롭게 문화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 위에 올랐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