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승모/거꾸로 가는 선거법 개정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9시 07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 협상이 ‘개악(改惡)’으로 흐를 조짐이다.

대표적 사례가 23,24일 계속된 특위 선거관계법 소위에서 합의된 선거법위반사건의 공소시효. 소위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선거법위반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현행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명분은 선거 뒤처리가 지연되는데 따른 당선자들과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고 내세웠지만 선거법위반 시비를 하루속히 벗고 싶은 당선자 즉, 국회의원 자신들의 희망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3개월은 선거 후 입후보자들이 선관위에 제출하게 돼 있는 ‘선거비용내역서’에 대한 실사(實査)를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라는 게 선관위의 견해다.

결국 특위는 “공소시효 단축은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풍조를 조장할 게 뻔한데 그것이 정치개혁이란 말이냐”는 질책을 받을 것이 분명한데도 ‘과감하게’ 이런 합의를 끌어냈다.

뿐만 아니다.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설 경우 60일 전에 의원직을 사퇴토록 한 조항을 고쳐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입후보할 수 있도록 여야는 합의했다. 현직을 갖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설 수 있는 지방의원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이지만 일반인들에겐 ‘현직상실’이라는 위험부담없이 ‘양다리 걸치기’를 해보겠다는 의도로 비치기 십상이다.

‘선거공영제’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전화사용료,유급선거운동원 실비, 사무실 임대료 등 사소한 부분까지 국고에서 지원토록 합의한 데 대해서도 비판론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들은 이렇게 ‘그들만의 논리’로 가고 있다. 여야 지도부도 정쟁에 휘말려 개별 의원들에 대한 통제력를 상실한 느낌이다. 그러나 통제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국민이 밝은 눈으로 심판해야 한다.

윤승모<정치부> 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