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檢警비리에 엄격한 일본

  • 입력 1999년 11월 15일 20시 04분


일본에서 경찰간부들이 부하직원의 비리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큰 파문을 낳았다. 가나가와(神奈川)현 경찰본부는 14일 와타나베 모토오(渡邊泉郞)전본부장 등 전현직 간부 9명을 범인은닉 등의 혐의로 무더기 불구속입건했다. 이들은 3년전 부하경찰관이 각성제를 사용한 혐의를 적발했는데도 이를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경찰사상 현(縣)경찰본부장이 자체비리로 입건된 것은 처음이다.

사건이 드러난 것은 언론의 집요한 추적 때문이었다. 주요 신문과 방송은 초기단계부터 기자를 대거 투입해 은폐사실을 하나하나 밝혀냈다.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마다 신문의 1면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일본언론은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비리를 유난히 중요하게 취급한다.

아사히신문은 4월 일본검찰의 2인자로 차기 검사총장(검찰총장)후보 1순위였던 노리사다 마모루(則定衛)도쿄고검장이 불륜상대였던 요정 호스티스를 출장에 동행한 사실을 1면 머릿기사로 올렸다. 노리사다는 이 사건으로 결국 옷을 벗었다. 노리사다의 비리는 원래 ‘소문의 진상’이라는 조그만 월간지가 폭로했다. 그러자 아사히신문은 후속취재를 통해 바로 1면기사로 취급했다. 아사히는 권위있는 신문이지만 작은 월간지 기사라고 해서 무작정 무시하지는 않았다.

언론은 사회의 거울이다. 그렇다면 일본사회는 왜 검경(檢警)비리에 유난히 엄격한가. 일본의 한 지식인은 “권력기관에서 일하는 공인에게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정직성과 공직윤리를 요구하고 잘못을 감시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정착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순활<도쿄특파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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