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성희/낙동강이 막아선 '불신의 벽'

  • 입력 1999년 11월 2일 19시 48분


“한마디로 참담합니다. 몇달 동안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심혈을 기울여 내놓았는데….”

낙동강 수질을 2급수로 개선한다는 목표로 환경부가 발표한 낙동강 물관리종합대책이 여론수렴에 들어가기도 전에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공청회가 무산된데 대한 환경부 공무원들의 푸념이다.

낙동강 물관리대책에 대한 공청회는 지난달 25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경남지역 공청회부터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다.

부산 마산 지역에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경남지역이 희생당할 수는 없으며 미래의 관광자원인 지리산 자연환경이 수몰되는 것을 수반하는 갈수조절용 댐 건설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경남지역 주민들의 반대 논리였다.

이에 뒤질세라 부산 울산지역 공청회는 “낙동강 대책은 위천공단을 허가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다”는 반발 때문에 무산됐다. 대구 경북 지역 공청회도 “오염 책임이 있는 하류지역 주민을 위해 상류지역이 희생당할 수 없다”는 주민들의 반발로 역시 열리지 못했다.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낙동강 대책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나름대로 상당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불만스럽다고 해서 주민들의 의견 수렴 기회까지 실력행사를 통해 막은 것은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경제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물이라도 안심하고 마셔야겠다는 논리는 솔로몬의 지혜를 빌리더라도 쉽게 풀리지 않을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예민한 문제일수록 우선 정부와 해당 지역 주민들이 마음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

대구에 사는 부모가 부산에 사는 자녀를 생각하듯, 부산에 사는 부모가 대구에 사는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이라면 일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정성희<사회부>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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