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우중회장 퇴진 이후

  • 입력 1999년 11월 2일 19시 48분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12개 계열사 사장들이 동반퇴진하는데 대해 ‘불가피하고 당연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자진퇴진이 아니라 강제적인 경영권 박탈이라 하더라도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대우그룹의 극심한 부실이 나라경제를 뒤흔들고 다수 국민을 직간접적 피해자로 만들어버린데 대해 김회장과 고위경영진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은 우선 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현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모든 사심을 버리고 협조해야 한다.

대우 계열사들의 워크아웃방안은 이제 최종결정단계에 이르렀다. 대우 처리를 둘러싼 혼선과 시행착오가 더 이상 계속돼선 안된다. 채권단과 정부는 국민부담과 국가경제적 손실 및 시장혼란을 동시에 최소화하면서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는 워크아웃방안을 확정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우그룹을 이 지경으로 만든 1차적 책임은 물론 김회장 등 경영주체들에 있다. 하지만 엄청난 부실채권을 끌어안게 된 채권기관들과 금융감독 및 대우문제 초기대응에 실패한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대우 계열사들의 새 경영진을 잘 선임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워크아웃계획이 합리적이고 유효하더라도 이를 기업현장에서 실행할 최고경영자들의 능력과 노사간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행착오가 빚어질 우려가 적지않다. 각 계열사의 사정과 특성을 면밀히 살펴 적임자들을 찾아내야 한다. 우선 인선이 투명해야 하며 허명(虛名)만 요란한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또 여기에까지 특정 인맥이 작용하거나 ‘자리 만들어주기’ 차원의 낙하산 인사관행이 나타나 잡음과 노사마찰 등을 자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편 채권단과 새 경영진은 기존의 대우그룹 임직원들에 의해 저질러졌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내몫 챙기기’ 등 도덕적 해이를 가려내고 예방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김회장의 공과(功過)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우리 경제의 압축성장을 국내외 기업현장에서 견인한 ‘희망의 큰 증거’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결국 불명예 퇴진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정경유착과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시대가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김회장과 대우그룹의 운명은 이 나라도 이미 그런 시대를 마감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또 대우그룹 해체과정에서 온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은 과도한 재벌의존적 경제구조의 개편 필요성을 여실히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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