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난폭운전車 '도로의 협박범'

  • 입력 1999년 11월 1일 20시 06분


97년 8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던 K씨는 경기 여주 근처에서 2차로에서 1차로로 차로 변경을 시도했다. 그러자 멀리 뒤에서 달려오던 관광버스가 갑자기 속력을 내 바싹 따라붙더니 경적을 울려댔다.

위협을 느낀 K씨는 다시 2차로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500m쯤 갔을까. 갑자기 뒤에서 불빛이 번쩍해 실내거울을 통해 뒤를 보니 그 관광버스가 바짝 따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 후 2㎞를 가는 동안 관광버스는 계속 경적을 울려대거나 상향등을 작동시키고 앞을 가로막는 등의 ‘행패’를 부렸다.

결국 용인인터체인지에서 차를 세운 K씨와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서로 말다툼을 벌였고 급기야 K씨가 관광버스 운전사를 경찰에 고소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법원 "달리는 흉기" 판결▼

법원은 관광버스 운전사의 난폭운전이 협박죄에 해당한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난폭운전을 하는 차량은 ‘달리는 흉기’와 다름없다는 게 판결의 요지였다.

우리나라의 난폭운전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외국인 관광객이나 장기체류자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교통의 문제점을 조사하면 난폭운전이 늘 1위로 꼽히곤 한다.

그러나 난폭운전의 실태를 정확히 통계로 잡기는 매우 어렵다.

경찰청의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98년 전체 24만여건의 교통사고 가운데 난폭운전으로 분류된 경우는 700여건에 불과하다. 이는 사실상 난폭운전의 범주에 포함된 앞지르기 과속 중앙선침범 등이 다른 항목으로 분류되고 끼어들기 급차로변경 지그재그운전 등 다른 항목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것들만 난폭운전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난폭운전이 간접적인 원인이 돼 일어나는 사고는 대충 잡아도 전체 사고의 절반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개발연구원은 97년 난폭운전의 지표가 되는 항목을 갖고 2950명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난폭운전 가능성을 조사한 적이 있다.

난폭운전의 지표는 △급할 경우 중앙선 침범을 하기도 한다 △주로 한손으로 핸들을 조종한다 △빈번히 차선을 바꾸거나 추월을 한다 △급제동 급가속을 자주한다 △다른 차가 위반하면 나도 따라서 위반한다 △새벽이나 한적한 곳에서 자주 위반을 한다 △추월을 당하면 나도 추월을 한다 등이었다.

이 중 3개 항목 이상에 해당할 경우 난폭운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연구원의 분석 결과 택시 버스 트럭 등 사업용 차량 운전자는 34%, 자가용 운전자는 19.3%가 난폭운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어릴수록 곡예운전▼

연령별로 보면 어릴수록 난폭운전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24세 이하 운전자의 경우 50%가 난폭운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고 25∼29세는 35%, 30∼34세는 32%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보험부 방명국(方明國)과장은 “26세 이하 운전자에게 더 높은 보험료를 내게 하는 것은 난폭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난폭운전의 원인을 운전자 개인의 안전의식 부족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김정현(金政炫)교통안전연구팀장은 “도로의 부족이나 안전시설 미비, 불합리한 신호체계 등 난폭운전을 유발하는 교통여건도 문제”라며 “특히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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