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MBC ‘메디컬쇼…’ 인체정보 전달 급급 재미 놓쳐

  • 입력 1999년 11월 1일 19시 07분


요즘 각광받고 있는 TV 프로의 한 장르가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을 결합시킨 ‘인포테인먼트’ 프로들. SBS ‘호기심 천국’, KBS2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 KBS1 ‘20세기 한국 톱10’ 등도 이 장르에 속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주말 오후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방영되는 연예인 중심의 오락 프로조차 재미외에 정보도 함께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10월 31일 첫회를 방영한 MBC ‘메디컬쇼―인체는 놀라워’(오후5·10)도 인포테인먼트 프로. 요즘 부쩍 관심이 높아진 인체의 신비를 테마로 삼았다.

피부를 주제로 다룬 첫회의 구성은 간단했다. 피부의 역할과 면적 등 피부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한 뒤 연예인 게스트 세 명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 이 과정에서 피부의 지각능력 테스트, 웃음과 주름살의 상관 관계, 주부습진의 원인 등을 시험을 통해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메디컬쇼…’의 아쉬움은 인포테인먼트 프로에서 ‘정보’ 못지 않게 중요한 ‘재미’를 놓치고 있다는 점. 정보 전달에 대한 ‘강박관념’ 탓인지 몰라도, 정보만 쉴 새없이 전달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대목을 꼽으라면 두 MC와 연예인 게스트가 주고 받는 농담으로 억지 웃음을 유도하는 정도.

인포테인먼트 프로가 성공하려면 정보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기심 천국’(각종 실험) ‘20세기 한국 톱10’(옛 자료화면과 통계) 등 이미 성공한 프로들은 나름대로 효율적인 수단을 갖고 있다. 이같은 장치들이 호기심과 긴장감을 형성하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메디컬쇼…’의 경우 두꺼운 의학서적 몇 페이지 분량의 정보를 그래픽과 내레이션으로 백과사전을 읽어내려가듯 나열해 정보 전달효과를 떨어뜨렸다. 이 프로에서 공들여 실시한 여러 시험도 짧게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오락적 효과를 담아내지 못했다.

시험 아이템도 지나치게 상식적이다. ‘세제를 탄 물과 그렇지 않은 물 중 어느 쪽이 피부를 손상시킬까’ 같은 질문이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을까? 차라리 접사렌즈를 통해 확대된 피부의 모습이 신기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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