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박형상/언론책임 강조한 社說 신선

  • 입력 1999년 10월 31일 19시 59분


사회적 이해관계가 다원화하면서 언론을 둘러싼 패러다임 자체도 크게 변모되었다. 국가와 언론의 2자 대립관계에서 국가 언론 시민간의 3자 정립관계로 다극화한 것이다. 이런 역학구조 속에서 살펴보자.

국정감사 보도는 국정감사 제도 자체의 문제점과 더불어 해마다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민단체가 국정감사 현장을 직접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직접 표출된 것으로 이해할수도 있으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언론의 파수꾼 기능에 대한 간접적 불신에 다름 아니다. 국회 정당등 고정 출입처에 묶인 공생적 유착관계, 전문성 부족, 정치적 선정성과 충격 효과만을 노리는 보도행태 등에 시민이 염증을 느끼고 직접 나선 것이다.

몇가지 제안을 하자면 기자들이 국정감사 기간만이라도 취재단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종횡으로 누빌수 있도록 취재방식을 한번쯤 바꿔볼 필요가 있다. 국정감사 기간에 대응한 탐사보도팀을 가동할 수도 있겠다. 또한 열독율 비중이 높은 제1면과 사회면 기사를 객관적 근거나 합리적 대안없이 폭로로만 시종하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채우는 것은 문제가 크다. 일정한 내부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연속성있는 감시체제를 갖추어보자. 이번 사회단체들의 국정감사 감시활동도 크게 칭찬받을 만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출석율, 발언태도, 정책자료집 여부 등을 기준삼아 국회의원의 점수를 매겨본들 무슨 효과가 얼마나 있겠는가. 국정 감시자로서 국회의원의 제일의 덕목과 자질은 입법 능력과 제도개선 대안을 종국적으로 관철시키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입법 실적 및 전년도 국정감사 보고서와 정부의 시정결과 보고서를 재검토한 다음 국정감사 때마다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닌지를 따져볼 일이다. 언론이 시민단체와 연대해 국가 권력을 견제 감시하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반면 언론 역시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일정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기자는 일반 사기업체 직원과는 달리 공인(公人)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직업이다. 중앙일보 사태나 언론 문건 보도에서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 급급한 채 자사 지면을 자의적으로 활용하면서 지역감정을 교묘히 부추기는 행태는 독자들에 대한 횡포이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직분을 포기한 행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탈세 불법 특혜융자를 일삼는 언론사와 사주가 있다면 마땅히 조사하고… 진정 언론개혁을 위해서는 차제에 일괄 세무조사를 실시하자’는 10월 27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언론의 책임을 자각한 신선한 제안이었다고 본다.

끝으로 ‘10·24 동아자유언론실천선언 사건’도 생각해보자. 돌이켜 보건대 유신독재 치하에서 동아일보는 국가권력으로부터 백지광고 사태라는 미증유의 탄압을 받았다. 동아자유언론실천선언의 진행과정에서 회사측이 비판받을 대목이 있었을 것이다. 그 시대의 특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동아일보에 위임된 소명을 다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독재정권이 강요한 침묵을 깨고 자유언론실천선언의 불을 처음으로 당긴 동아일보의 전통이랄까, 토양이랄까 하는 것은 지금도 지면과 기자들을 통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다만 이 사건에 대한 언론학자 대담(10월26일자 40면)에 나온대로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화해의 방법을 모색하라”는 요구를 결코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박형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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