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몸이야기/눈]희노애락 드러내는 ‘마음의 창’

  • 입력 1999년 10월 28일 18시 58분


남녀가 말도, 숨도 멈추고 몇 초 동안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그윽하게. 영화 속 키스신 직전엔 거의 늘 그렇다.

상대방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면 자신의 모습이 그 속에 들어있다. 이를 순우리말로 ‘눈부처’라고 한다. 거울 없이도 자기를 볼 수 있으므로 ‘눈은 자신을 빼고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한 유고의 속담은 틀린 셈.

◇눈길따라 생각 달라

이처럼 눈은 ‘세상을 담는 창’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마음의 창’이다.

과학적으로도 설명된다. 눈은 뇌와 함께 만들어지며 해부학적으로 뇌의 일부분이어서 ‘밖에서 보이는 뇌’로 불린다. 즉 ‘뇌의 생각’이 눈에 나타날 수 있는 것. 신경언어학자들은 최근 사람이 골똘히 생각할 때 눈길의 방향에 따라 생각이 다른 것을 알아냈다.

▼눈의 구조▼

눈알과 부속기관으로 구별된다.

눈알은 무게 7g, 지름 24㎜, 부피 6.5g. 이 중 눈망울은 밖으로 드러나는 부분. 좁게는 눈동자가 있는 곳을 가리킨다. 눈동자 색깔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눈동자를 덮는 홍채의 멜라닌색소 양에 따른 것. 파란 눈에 파란 색소, 갈색 눈에 갈색소가 있는 것은 아니다.

‘눈시울을 적신다’는 말에 나오는 눈시울은 속눈썹이 난 곳. 한쪽 눈시울에 200여개 씩 난 속눈썹은 늙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 유일한 털.

눈의 코쪽 끝엔 연분홍빛 순막(瞬膜)이 있다. 사람에겐 눈꼽이 끼는 것 외 기능이 없지만 다른 동물에게선 △눈감을 때 눈알을 덮어 보호하고 뜨면 접히는 ‘커튼’ △눈을 깜빡일 때 늘어나 눈을 닦는 ‘와이퍼’ △자맥질할 때 각막을 덮는 ‘물안경’ 역할을 한다.

◇5,6세 돼야 정상시력

▼보는 힘▼

신생아는 밝은 불빛에 반응하는 정도의 시력만 있다. 생후 6개월 때 0.1, 돌 때 0.2였다가 5,6세는 돼야 정상시력을 갖는다.

시각정보는 각막 앞방 눈동자 수정체 유리체를 거치면서 영상이 뒤집혀져 망막에 맺히지만 대뇌의 두정―후두엽에 있는 시각중추가 정보를 한번 더 뒤집기 때문에 사람은 세상을 바로볼 수 있다.

망막엔 1억3000만 개의 간상세포와 700만개의 원추세포가 있는데 간상세포는 명암,원추세포는 색깔을 구별한다. 원추세포는 적 녹 청색을 구별하는 세 종류가 있으며 색약은 이중 두가지가 ‘비실대는’ 것, 색맹은 한 종류가 아예 없는 것.

◇눈물로 스트레스 해소

▼사람의 눈▼

흰자위가 선명해 이 부분이 갈색인 유인원과 구별된다. 검은자위가 흰자위와 뚜렷이 구별되기 때문에 사람은 먼거리에서도 상대방 눈길이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또 ‘눈으로 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유인원의 눈이 동그란 것과 달리 사람 눈이 옆으로 길쭉한 것은 사람이 수평인 세계에 적응하면서 진화했다는 것이 인류학자들의 설명.

한편 사람만 감정의 눈물을 흘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미국 하버드대학 동물학자들은 새끼를 잃은 어미 바다수달이 고통에 찬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여튼 감정의 눈물은 스트레스로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될 때 이것을 밖으로 내보내 몸안에서 ‘독’으로 변하는 것을 막는다.

(도움말〓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안과 주천기교수 02―590―1522, 건양의대 서울건양병원 김종호교수 02―2637―7900)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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