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축제는 90년대초 지방자치제가 본격 실시된 이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로 관 주도에 의해서였다. 긴 세월에 걸쳐 자생적으로 형성된 외국의 지역문화축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같은 ‘문화의 속성재배’에 따른 부작용이 표면화되는 단계다. 문화를 잘 모르는 공무원들과 행사를 기획한 전문가집단 사이에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고 축제가 끝난 뒤 많은 액수의 적자가 발생해 지역 주민들에게 부담을 안긴 사례도 적지 않다.
▽지자체들은 축제를 문화행사보다는 지역을 널리 홍보하고 자체 수입도 늘리는 ‘관광상품’으로 끌고 나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정작 겉으로 내걸었던 문화행사가 뒷전으로 밀리고 그 대신 상품이나 음식판매, 놀이 기능이 전면으로 나서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역축제들이 저마다의 특징과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모두 엇비슷한 내용으로 채워지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
▽축제가 ‘먹자판’ ‘놀자판’으로 꾸며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문화축제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사이비 문화축제가 ‘문화의 달’ 행사로 버젓이 ‘화장’을 하고 나서는 것은 더욱 용인할 수 없다. 이런 축제들이 없더라도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놀고 마시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적어도 문화의 달만은 명실상부한 문화축제로 가득찼으면 하는 마음이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