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입시제도 보완해야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8시 26분


현재의 고교 1년생이 치르게 될 2002년 대학입시는 현행 입시제도의 틀을 대대적으로 바꾸게 되어 있다. 무시험전형이 대폭 확대되기 때문에 ‘입시혁명’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일선 고교에서는 이에 맞춰 올해 ‘수행평가’라는 생소한 학력평가 방식을 도입했고 특기와 적성교육에도 큰 비중을 부여하고 있다. 새 입시제도는 2002학년도부터 시행되지만 학생들 사이의 경쟁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하지만 일선 학교와 교육단체들은 새 입시제도가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지 모른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잇따라 보내고 있다. 한가지 사례가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학교마다 시험 문제를 터무니없이 쉽게 내는 ‘성적 부풀리기’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여건에서 수행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를 놓고서도 교사들은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 한국교총이 교사 100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57.9%가 ‘현장 여건상 무리한 정책’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다. 수행평가는 시험성적 이외에 학습태도와 협동심 등 수업과정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다. 물론 취지는 좋지만 평가자인 교사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되는 만큼 객관성과 공정성 유지가 쉽지 않은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가운데 대통령 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새교위)가 내부 문건을 통해 새 입시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 내용은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되면 변별력이 떨어진다’든가, ‘수행평가에서 교사 1인당 학생 숫자가 많아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것으로 기존에 제기됐던 문제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새교위’라는 공식기구에서 처음 새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언급했다는 점에 교육당국은 주목해야 한다.

교육부는 새 입시제도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보여 왔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창의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입시제도라는 것과 현재의 부작용은 제도가 정착되기 전에 나타나는 시행착오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새교위까지 경고에 나섰다면 얘기가 다르다. 막연하게 떠도는 소리가 아닌 새교위 나름대로의 현장조사를 통해 수렴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새교위 지적대로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내신의 중심이 되는 수행평가나 봉사활동 평가마저 엉망으로 이뤄진다면 대학들은 어떤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야 할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 단계에서 교육부의 선택은 자명하다. 새 입시제도가 너무 이론에 치우쳐 있지 않은지를 점검하고 그런 사례가 있다면 빨리 보완책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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