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상아탑의 용공조작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8시 50분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숭배열이 높았던 12세기 작품이다. ‘노트르담’은 성모 마리아를 지칭한다. 마리아에 대한 찬양은 그의 별명 ‘상아탑’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당신의 목은 상아의 탑과 같다’고 한 구약성서에서 기원했다. 근세에 와서 프랑스 평론가 생트 뵈브가 낭만파 시인을 비평하면서 이말을 인용한 이후 상아탑은 대학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뵈브는 원래 학문과 예술만 파고드는 학자들의 현실도피적 태도를 가리키는 쪽에 비중을 뒀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을 상아탑이라 부르는 데는 학문의 신성함을 존중하는 뜻이 담겨 있다. 지성의 전당임을 뜻한다. 어쨌든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속세와는 다른 순수한 세계가 상아탑이다. 그 상아탑에 속세의 풍진(風塵)이 날아든 탓일까. 원주의 상지대 캠퍼스에서 13년전 엄청난 반(反)지성적 음모가 있었음이 폭로됐다.

▽86년 10월. 당시 신민당 유성환(兪成煥)의원의 ‘국시(國是)발언’ 등으로 공안정국이 파장을 높여가던 무렵이다. ‘사학비리의 모델하우스’격이었던 상지대 재단측이 위기모면용으로 농성 학생들을 용공(容共)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가자 북의 낙원으로’ 따위의 용공유인물을 재단측이 만들어 교내에 뿌렸다니 말문이 막힌다. 못된 짓을 가르쳐준 군사정권 탓인가, 이를 배운 대학의 잘못인가. 상아탑이 무엇인가를 되묻게 된다.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마저 버린 상지대 재단측은 ‘범죄집단’이나 다름없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다. 당시 경찰은 수사결과 재단측의 소행임을 알고서도 이를 고의로 은폐한 의혹이 있다. 이 의혹도 풀어야 한다. 그때 제대로 대응했더라면 이듬해 박종철군 고문치사 및 경찰의 축소은폐기도 같은 불행한 사건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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