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경제의 착시현상

  • 입력 1999년 10월 8일 18시 28분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연초 전망치 3.2%, 7월 전망치 6.8%보다 높은 8.8%로 수정 전망했다. 올들어 벌써 네번째 경제전망 수정이다. 성장률만이 아니다. 산업생산과 출하지수, 수출증가율, 고정투자증가율,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엄청나게 호전됐다. 이같은 경기회복세는 내년에도 이어져 6.4%의 높은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내년쯤이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안정성장궤도에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낙관해도 좋은가. 경제전문가들은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계적 반등요인과 재고투자 효과가 숫자를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이것을 한국경제의 ‘착시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지표가 실물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지난해의 극심한 침체에 따른 통계상의 기술적 반등요인 때문이다. 실제로 99년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절대규모는 204조원으로 97년의 201조원에 비해 1.4% 성장했을 뿐이다. 성장내용도 설비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은 내수소비증가와 재고조정 그리고 반도체 특수 등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경상수지 구조도 날로 취약해지고 있다. 8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16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억달러나 감소했다. 현재의 수출입 동향으로 보아 정부가 계획한 경상수지 흑자목표 250억달러 달성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런 추세가 심화될 경우 외채상환 등 내년 이후의 경제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업률만 해도 그렇다. 8월 실업률이 5.6%로 낮아졌다고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6.2%에 이른다. 여기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구직포기자를 합치면 8.3% 수준이나 된다.

우리 경제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복병들도 많다.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로는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최우선 과제 외에도 수입급증으로 인한 흑자감소, 인플레 압력 증폭, 미흡한 설비투자,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은 급격한 소비증가 등이 불안요인으로 잠재해 있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 국제경제환경도 예측불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제정책은 마냥 정치논리에 이끌리고 있다. 그나마 내놓는 정책도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장밋빛 일색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하루빨리 경제지표의 착시현상에서 벗어나 내년 4월 총선 이후의 견실한 성장세 유지를 겨냥한 경제운용기조의 종합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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