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중등교사 자격자 초등교 임용]반대/전문성 무시

  • 입력 1999년 10월 7일 19시 33분


교육법에 명시된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의 교육 목적은 엄연히 다르다. 목적이 다르면 교육내용이나 방법 평가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초등교사와 중등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이 존재하고 별도의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학제적 위상과 교육적 과제도 다르다.

초등교육의 특수성은 어떤 명분으로도 간과돼서는 안된다. 중등교육은 특정 교과 전담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는 독자성과 분리성에 초점을 둔 특정교과 중심의 지식기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초등교육은 학급담임제를 기본 축으로 한 전(全)교과지도의 통합성과 연계성이 강조된다.

초등교사에게는 이런 교육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수련이 요구된다. 전체 교과에 대한 이해와 관련성을 학습하지 못한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초등교육의 교과 운영을 담당할 수는 없다.

초등교육에서는 인성교육이 특히 중요하다. 초등교사는 교과지식도 중요하지만 성장기 아동에 대한 전인적 이해와 지도 능력을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 발달심리학적 특성과 양상이 전혀 다른 청소년기에 초점을 두고 특정의 단일 교과영역에 대한 지식이나 기능을 갖춘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초등교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는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교사들이 단기간의 보수교육만 받고 초등학교에 배치될 때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초등교육의 역사성과 전문성을 무시하다가는 결국 피해자는 학습권을 침해당할 초등학생들이다.

교원수급 정책의 실패와 악순환을 경계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근본 원인을 치유하지 않고 상황 논리만을 내세워 땜질식 미봉책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초등교사의 절대부족이란 ‘교육공황’을 초래한 정책 당국은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는 커녕 사과 한마디 없다.

오히려 ‘담임교사 부재(不在)’라는 자신들이 빚어낸 급박한 현실을 볼모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란 식으로 정당화하고 책임을 전가한다. 교육에선 차선이 최악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정종진<대구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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