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수그러들지 않는 재외동포법 갈등

  • 입력 1999년 9월 30일 19시 43분


시민단체들과 일부 해외 동포들을 중심으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최근 이 법안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재외동포법은 8월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9월2일 관보에 게재, 공포절차도 끝난 상태이며 12월로 예정된 정식 발효만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중국동포 3명이 이 법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또 재외동포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해 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재외 한인단체들이 30일 ‘재외동포 지위향상 추진협의회’를 구성, 법개정운동에 나서 갈등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법인가

재외동포법은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외국 영주권을 갖고 있거나 외국 국적을 취득한 동포 등 재외동포들에게 내국인과 거의 동등한 법적 지위를 부여, 사실상 2중국적을 인정하는 내용이다.

▼논란의 배경

재외동포법은 외국국적 동포의 개념을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전에 해외로 나간 동포들의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연히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생계 또는 독립운동을 위해 이주해간 중국과 구소련 지역의 동포들이 재외동포법을 ‘동포차별법’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재외동포는 전체 560여만명 가운데 중국동포 200만명과 구소련동포 45만명, 그리고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재일동포 15만명 등 모두 260여만명.

정부가 중국과 구소련 등의 동포를 법률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 자국내 소수민족 문제에 민감한 중국 및 러시아와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과 이들 지역의 동포들이 취업을 위해 대거 국내로 입국할 경우 큰 혼란이 우려된다는 것. 현재 국내에는 2만6000여명의 조선족 동포가 들어와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법적 체류기간(90일)을 넘겨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

재외동포법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자 국회는 법 통과와 함께 △중국과 구소련지역의 동포 청소년, 무국적 재일동포 청소년들이 원할 경우 이들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하며 △재외동포법에서 배제된 해외동포를 위해 일하는 국내단체에 대한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권고안을 정부에 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행 출입국관리법과 국적법의 지침을 완화해 중국 및 구소련 동포의 출입국 기회 확대와 체류기간 연장 등 다른 방법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은 의미가 없으며 다른 조치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재외동포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김선희(金善姬)부장은 “앞으로 추진협의회를 중심으로 국민에게 재외동포법 통과의 부당성을 적극 홍보해 법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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